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살인 사건이 주는 의미 -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을 읽고


​나는 소설을 좀처럼 읽지 않는 편 임에도, 한번씩 책이 잘 안 읽힐 때면, 시간도 떼우면서 독서에 대한 감각과 느낌을 살리기 위해 소설을 읽는 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책 중 한 권이었다. 실제 1900년대 초반에, 미국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로 만들었다는 이 책은, 처음부터 몇가지 살인사건을 소개하면서 시작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배경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이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버트 밥 어윈'은, 태어났을 때 부터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가정환경 속에서 유년기를 보낸다. 그리고 아직 성인이 되기 전에, 소년원과 정신 병원을 수 없이 오가곤 한다. 이런 그가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 상태는 여전히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불안한 조짐을 계속 보이고, 끝내는 말도 안되는 환상에 사로 잡혀, 애초에 계획에 없었던 사람을 무려 3명이나 살해하고, 도피 생활을 하다가 결국 자수를 하고 만다. 이것이 이 책의 주 내용인데, 이렇게 주인공에 초점을 맞췄을 때는, 그저 어렸을 적부터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온 한 싸이코패스의 살인사건이 주는 흥미에서 그칠 것 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넘기기에는, 이 사건 하나가 주는 의미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사실에 대해서, 주인공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주인공 역시, 당시의 미국 사회에 대한, 현실에 대한 한 명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터, 그 운명이 정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 부터, 대통령이 될 아기와, 테러리스트가 될 아기가 따로 있지는 않다.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고, 가치관이 달라진다. 어쩌면 주인공의 어머니가 한 종교에 심취해 있었다는 사실 부터, 주인공이 훗날 저지르게 되는 살인의, 그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니지만, 결국 그러한 삶을 살게 된 것이, 오로지 주인공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도, 주인공은 그저 이용만 당하다가, 마지막에는 버림을 당해 버린게 아닐까 싶다. 물론 언론의 특성상,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것들을 통해서 판매부수를 올리고, 자신의 언론사를 좀 더 유명해지고, 크게 만드는 것 자체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 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이 자수를 할 때, 막대한 돈과 인터뷰 독점권을 교환했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행위로 비춰지진 않는다. 결국은 살인사건 마저도, 철저한 자본의 논리 속에서, 그 '관심'이 '돈'으로 가치 평가 되고, 환산이 되어버린 셈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언론은 주인공이 어째서 그런 말도 안되는 살인은 하고 말았나에 대한 분석 보다는, 그저 주인공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보다 자극적인 기사를 보여주기 바쁘다. 도덕적인 비판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살인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하나의 매혹적인 '상품'으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한편으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대공황 이후, 삶의 의욕을 잃은 대중들을 홀리고, 이목을 끌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꼭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대중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건,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분명 무시할 수 없을 것 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의 이런 반응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관점에서, 개인의 권리가 철저히 무시되고 짓밟히는 이런 모습은, 꼭 당시의 미국만이라고 할 수 도 없을 테다. 세월호 사건, 판교 사고, 그리고 군대에 관련된 많은 문제들에 관한 언론의 모습을 보면, 지금 역시,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 듯 하다.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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