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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희망, 사회주의
마이클 해링턴 지음, 김경락 옮김, 김민웅 감수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서 태어났고, 자본주의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자본주의 속에서 죽어 갈 것 이다. 아주 어렸을 적엔 그저 찢어도 되는 종이에 불과했던 돈이, 어느새 소중한 것으로 여겨지고, 돈으로 할 수 있는게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을 깨달은 그 시점에서, 우리의 삶은 이미 자본주의의 중심에 들어가 버린 것 이다. 특히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자본주의의 타당성, 또는 옳고 그름 따위를 논하는 것은, 곧 북한의 기본 체제인 공산주의를 지지하게 되는 것이고, 곧바로 '빨갱이' 혹은 '종북'이라고 몰리고 만다. 즉 자본주의는 선이고, 사회주의는 악이라는 것이 마치 진리인 마냥 여겨지며,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사회주의에 대해 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된 사회라는 것 이다.
하지만 저자가 이 책에서 거듭 강조하며 말하고 싶은대로, 실제 사회주의와, 예전 소련을 중심으로한 소비에트 연합과 동유럽을 지배했던, 그리고 지금은 쿠바와 북한, 그리고 아직은 미세하게나마 그 영향이 남아 있는 중국의 모습은, 분명히 다르다. 바로 이것이, 지난 한 세기 동안 역사에서 '결과적으로 나타난' 사회주의의 붕괴가, 곧 사회주의가 틀렸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사회주의의의 그 출발은, 유토피아 주의자 였다. 하지만 그것이 수십년동안 많은 과정을 거쳐가면서, 그 본질이 왜곡되었고, 마르크스가 그토록 외치던 사회주의는 그 본질이 오염된 채, 우리 사회에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 이다. '사회주의의 정의'가 명확해 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혁명이 일어나고, 사회에 적용되었다는 것이, 이 비극의 출발이었고, 결국은 '잘못된 학문'으로서 현대에 남아있다는 것 이다.
하지만 역사가 항상 진실만을 말해주지 않는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 때에는, 꼭 한 가지 원인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수많은 변수와 환경들이 조합되면서 결과적으로 나타나는데, 어쩌면 우리는 사회주의의 붕괴 역시 그런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애초의 학문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건 사실이었지만, 우리는 너무 결과론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며, 그 스스로 고정관념을 만들고 있는 것 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바로 그러한 것을 깨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 말이다.
자본주의는 현 인류가 선택한 시스템이자,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아니면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의 선택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약 이것이 차선이라면, 우리는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차선을 최선으로 만들기 위해선, 우리가 한 때 버렸던 것에 대한 왜곡을 걷어내고, 그 본질을 통찰해야 한다. 애초에 인간에게 최적화 된 시스템이란 없다. 어떤 시스템을 선택하든, 우리는 그것을 계속해서 고쳐나가면서, 다듬어 나가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