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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 신화 - 부조리에 관한 시론
알베르 카뮈 지음, 오영민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월
평점 :
사실 생각해보면, 온 세상은 부조리 투성이다.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라는 명제가 과연 맞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늘 부조리와 접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이런 세상이, '원래 그런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이렇게 부조리로 가득한 세상에 대한 의문을 품기를 거부한다. 이러한 부조리 속에서도 계속해서 꾸역꾸역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떻게 보면 또 새로운 부조리인 셈이고, 이러한 의문은 우리의 실존에 대한 근본적인 기반을 뒤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부조리를 향해, 나쁘다고 삿대질을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부조리에 대해 긍정으로 대답한다. 오히려 이런 부조리가 인간을 노력하게 만들고,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부조리한 세상 속임에도 꾸역꾸역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시시포스'에 비유하고 있다. 자신에 의해 창조되고, 머지않아 죽음에 이르게 될 것임에도 그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시포스를 보며, 부조리한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다.
많은 주제에 대한 저자의 복잡한 철학적 사고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로 '자살'에 관한 것 이었다. 어쩌면 자살 만큼 인간에게 부조리한 단어도 없을 것 이다. 우리의 실존 자체에 대한 의미를 없애고, 삶에서 느끼는 고생에 대해 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때 하게 되는 이 자살이, 사회적 현상이 아닌 개인적 현상으로 좀 더 들여다 보았을 때, 사유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감정에 이끌려 하게되는 행동임은, 애초에 합리적이고 사유의 동물이라 생각한 인간만이 유일하게 하는 행동이라는 것은, 분명 부조리이다. 한편으론 이런 부조리에 대해 통찰하고, 사유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을 다시 사유의 동물임을 의미하는 바이니, 논리가 꽤나 복잡해지는 듯 하다.
책이 무척이나 어렵다.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해왔음에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책을 만난게 무척이나 오랜만이었다. 생각해보면, 난 그동안 '쉬운 책' 만 읽으면서 독서량이 많다고 스스로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 책이 무척이나 어려운 만큼, 이 한권의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다면 '쉬운 책'을 10권, 20권 읽는 것 보다 더 가치있는게 아닐까 싶다. 이러한 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 그쳐선 절대 안될 것 이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서평의 수준이, 내가 지금 이 책을 이해한 만큼, 딱 그 만큼인만큼, 그 수준에 대해 비참함을 느끼고, 한편으론 새로운 도전 의식을 가지게끔 만들지 않나 싶다. 다시금 이 책의 깊이를 제대로 의미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리며, 이 책에 다시금 도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