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이가 있나요? - 엄마로 살지 않는 여성들, 삶의 다양한 고민과 문제에 관한 기록
케이트 카우프먼 지음, 신윤진 옮김 / 호밀밭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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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여성이 힘든 이유는 자신의 문제 혹은 결함에서 비롯된 게 아닌, 그 사람을 둘러싼 공동체와 환경,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이 없는 여성은 물론, 그들과 일상적으로 접하는 아이 있는 여성, 남자들도 함께 읽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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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여자 - 체육관에서 만난 페미니즘
양민영 지음 / 호밀밭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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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여자』는 불편함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개인의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이어서 타인을 관찰한다. 개인의 문제를 대중적인 인정을 받은 공인의 문제로 확대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로 공론화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인이 느낀 불편함이 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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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는 여자 - 체육관에서 만난 페미니즘
양민영 지음 / 호밀밭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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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에 들어선다.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 거기에 맞춰 수많은 사람이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러닝머신에서 열심히 뛰는 사람, 매트에 누워 스트레칭하는 사람, 이를 악물고 철봉에 매달려 있는 사람, 덤벨 혹은 바벨과 씨름하는 사람 등 제 각자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다. 여기저기 단백질 쉐이크가 담긴 물통이 나뒹군다. 운동은 어느새 건강 증진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며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는 걸 보여주는 모습이다. 신체 능력과 생존의 연관성이 그 어떤 세대보다 옅어졌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세대는 운동에 가장 관심이 많고 열광하는 세대임이 분명하다.


운동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온갖 성차별과 편견 역시 체육관으로 고스란히 이동했다. 체육관은 기본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곳이고, 그 어느 곳보다 몸이 대상화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 탓에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던 몸에 대한 성적 대상화, 성차별 등이 흔하게 일어나는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여성 인권과 관련한 목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미투 운동을 중심으로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대였지만, 이와는 달리 체육관에선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운동하는 여자』는 이러한 침묵을 깨며 등장한다. 신체활동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저자는 우연한 기회로 운동에 빠져든다. 그저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근육을 만들며 미용과 건강을 얻는 데서만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과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은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끔 만들었다.


1부는 ‘나는 운동하는 여자입니다’는 레깅스, 승모근, 노브라, 싸움 등 개인이 운동을 하며 쉽게 마주치는 소재와 거기에 따른 불편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2부 ‘그라운드에 선 여자들’은 세리나 윌리엄스, 김보름, 론다 로우지, 팀킴, 지소연 등 여성운동선수의 이야기를 다루며 이들이 겪는 성차별 혹은 왜곡된 시선 등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3부 ‘일인칭 운동하는 여자 시점’은 영화, 만화, 음악 등 각종 콘텐츠가 운동하는 여성을 다루는 방식을 지적하며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혀 있는 잘못된 성 관념과 편견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지적한 문제들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레깅스가 성적으로 소비되는 운동복이라는 지적은 찬반이 나누어 질 수 있는 문제다. 운동 자체에 미용의 목적이 있는 만큼 승모근을 기피하는 모습을 성차별적인 문제로만 바라보긴 어렵다. 여성선수에게 일어나는 출산경력단절 문제는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여성선수에게 종종 쓰이는 악녀 이미지 역시 하나의 마케팅 전략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찬반이 아닌, 그동안 아무도 불평하지 않고 당연히 받아들였던 것들을 공론화하는 데 있다. 누군가에겐 과도한 불편함으로 인식되더라도, 오히려 그런 불편함이 축적되면 켜켜이 쌓인 문제들을 수면 밖으로 드러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1부 개인의 이야기와 2부 여성운동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세밀하게 설계된 담론은 3부에 이르러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우리가 예전부터 그 어떤 의문도 갖지 않고 소비했던 콘텐츠들을 찬찬히 뜯어보는 과정에서, 우리가 향유하는 문화 속에 어떤 것들이 녹아 있었는지 어렴풋이 알아차릴 수 있다. 특정 의견에 대해 찬반은 나누어질 수 있다. 다만 개인의 느낀 불편함에 의문을 가지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당연하다는 이유로 의문조차 갖지 않은 것, 혹은 침묵하고 있었다는 것이 곧 그것에 대한 전적인 동의로 간주하여선 안 된다.


『운동하는 여자』는 불편함에 관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개인의 불편함을 이야기한다. 이어서 타인을 관찰한다. 개인의 문제를 대중적인 인정을 받은 공인의 문제로 확대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로 공론화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인이 느낀 불편함이 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저 운동을 좋아하는 평범한 개인의 생각으로만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변화는 개인의 불편함에서 시작한다.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그 무언가를 건드렸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가 만든 관습과 틀을 인지할 수 있다. 페미니즘 운동이 더 나은 사회를 향한 변화라면, 이 거대한 담론 역시 개인의 불편함에 대한 이야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온갖 관습과 통념에 둘러싸여 그동안 내지 못했던 목소리를 비로소 입 밖으로 낼 때, 우리는 변화를 향한 첫걸음을 디딜 수 있다. 저자가 자신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며 변화의 불씨를 지폈다. 이 불씨를 살리며 점차 키워나가기 위해선 저자가 지적한 불편함에 대해 갑론을박을 주고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자의 얘기에 공감하지 않아도 좋고,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도 좋다. 이 주제로 속 시원하게 토론하며 각자의 생각을 다듬고 더 나은 담론을 하나하나 만들어나가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담론을 결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묵직함일지도 모른다.


불편함에 관한 이야기는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를 찬반으로 나누어 토론하는 과정은 더욱더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끄러움이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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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의 역사
클로딘느 사게르 지음, 김미진 옮김 / 호밀밭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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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좀 더 성숙한 사회를 고대하며 - <못생긴 여자의 역사>( 클로딘느 사게르)를 읽고


인류는 오래전부터 예술을 추구했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를 보며 그 위대한 시작을 어렴풋이 계산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략적인 추측에 불과하다. 예술은 지역과 시대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지향점은 동·서양 고금을 막론하고 일치했다. 미의 기준은 계속 바뀌어 왔지만, 모든 예술은 그 시대가 지향하는 아름다움을 향했다. 아름다운 것을 선호하는 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이것은 동물적인 본능이기도 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전에 사회적 '동물'이었다. 하지만 본능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러한 본능 때문에 칠흑 같은 어둠에 가려져 처참한 삶을 살아간 이들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해 중세, 근대, 그리고 현대까지 '못생긴 여자'들의 역사를 다룬다. 이들은 단지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외모가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역사에서 배제되었다. 한 명의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한 채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 바탕에는 성에 대한 잘못된 관념과 편견이 있었다. 가톨릭 사제, 철학자, 작가, 의사 등 사회 주류 남성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만들었다. 여성의 존재 이유를 남성의 욕망 대상이자 오로지 출산에만 있다고 주장했다. 오직 여성에게만 아름다움의 의무를 강요하며 욕망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던 추한 여성들을 끊임없이 조롱하고 멸시했다. 여성 혐오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뿌리 깊이 박혀 있었다. <못생긴 여자의 역사>는 그 뿌리를 추적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인간의 운명을 결정짓는 건 그 사람의 성품이나 노력, 능력 등이 아니라 핏줄과 신분, 성별, 외모였다. 지금의 잣대를 드리대면 비합리적이고 잘못된 일이지만, 당시에는 지극히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귀족 집안에서 잘생기고 예쁘게 태어나는 그 순간 화려한 삶이 시작되었다. 반대로 핏줄과 성별, 외모 중 그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의 삶은 처참했다. 남성 중심, 외모 중심 사회에서 못생긴 여자는 사회적 약자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대해 그 누구도 의문이나 비판을 제기하지 않았다.


인지 혁명부터 시작해 농업 혁명, 산업 혁명, 그리고 과학 혁명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네 번의 혁명으로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을 지독히도 괴롭혔던 먹거리 문제를 해결했다. 평균 수명이 높아졌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다양한 사상과 종교가 탄생했다. 반면 인권 문제, 인간 존엄성 문제는 뒤늦게 등장했다. 우리의 시선은 그제야 여태 주목하지 않았던 사회적 약자로 향했다.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욕구들이 대부분 충족된 이후,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셈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이 아름답지 않은 것을 받아들이는 건, 어쩌면 본능을 거스르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고귀한 행위에 가깝다.


네 번의 혁명을 거친 우리는 다시금 새로운 숙제를 부여받았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정되는 성별과 외모 등으로 차별받고, 구성원에서 배제되거나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회에 머무를 수도 있다. 또한 잘못된 편견을 극복하고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회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인류는 오랜 기간 전자의 단계에서 머물렀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역시 여전히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하게 퍼져 있고 성적 대상화, 성차별, 뿌리 깊은 혐오가 남아 있다. 먼 미래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의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시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본능을 거스르는 고차원적인 혁명의 첫걸음을 뗀 시대로 기록될 될 것인가. 옳고 그름은 없다. 다만 좀 더 진취적이고 성숙한 선택이 있을 뿐.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가. 선택은 우리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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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의 역사
클로딘느 사게르 지음, 김미진 옮김 / 호밀밭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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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꼭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는 책. 자신도 모르게 깊이 뿌리박혀있는 여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나 혐오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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