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의 정석 : 근력운동 편 - 수피의 1:1 트레이닝 이제 실전운동이다! 헬스의 정석 시리즈
수피 지음 / 한문화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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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운동 서적의 '고전'을 만나다 - 「헬스의 정석 - 근력운동편」을 읽고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출판되는 책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적으면 수십 권, 많으면 수백 권 정도는 될 테다. 이것을 전 세계로 확대하면,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책은 읽으면 좋은 거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지식을 쌓아나가는 게 바람직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책의 종류가 많아도 너무나도 많은 시대에 살아가고 있고, 무작정 책을 읽어 나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럴 때, 우리가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게 바로 '고전'이다. 짧으면 수십 년, 길면 수백 년 동안의 검증을 마치고, 아직도 우리들의 곁에 남아 있는, 정말 보배와 같은 책들이다. 지금 이 순간에 수많은 책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이 가치 없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우선하여 읽어야 하고, 가장 밑바탕으로 삼아야 하는 책들은 바로 '고전'이다.


"이 글을 쓰는 저도 고등학교 시절까지 국민체조 동작도 엉거주춤했던 전형적인 몸치였습니다. 20대에 운동을 시작했으니 벌써 20년이 넘었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에 비하면 새 동작을 배우는 능력은 여전히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선천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취미로 즐길 만큼의 운동능력은 누구나 기를 수 있습니다." (헬스의 정석 - 근력운동편 p55 中)


군대에서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웨이트 운동을 하고 있다. 원래부터 책에 관심이 많은 상태에서 '운동'에 커다란 흥미가 생기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 서적'에 관심이 무척 많아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꽤 많은 숫자의 운동 서적들을 읽어 나갔다. 하지만 그런데도, 내 성에 차는 책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운동 관련 책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 정말 내게 도움이 되는 좋은 책들을 찾기가 오히려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다 '헬스의 정석'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 쯤 '1편'을 읽게 되었고, 그 이후로 '수피'라는 블로거에게 빠져들어, 그다음 작품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전, '2편'인 '근력운동 편'이 나왔고, 며칠 만에 금세 읽었다. 바로, 내가 그토록 찾던 책들이었다.


이 책은 근육, 영양학, 기초적인 운동 이론 등을 다룬 1편에 이어서, 본격적으로 웨이트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웨이트 운동 지침서'이다. 물론 1편에서도 실전 운동에 관한 부분을 다루고 있고, 이 책에서도 운동의 이론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비중이 확연히 다르다. 현재 열심히 웨이트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2편이 더욱 도움된다. 실제로 운동을 하다 보면 부딪히는 많은 문제와 고민에 대해, 나름의 해답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진짜 심각한 부류는 이전에 팔운동'만' 열심히 한 분들입니다. 몸은 이미 단련된 부위를 우선으로 쓰는 기전이 있어서 막상 등이나 가슴 같은 진짜 중요한 운동에 집중하기가 어렵거든요. 제일 답이 없는 케이스입니다." ( 헬스의 정석 - 근력운동편 p172 中)


주 내용은, 각각의 부위별로 있는 대표적인 운동들에 대한 소개와 어떤 근육이 쓰이는지, 어떤 자세로 운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주의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책들은 시중에 지나칠 만큼 너무나도 많다. 늘씬하고 예쁜, 혹은 배에 王자가 새겨져 있고 잘생긴 강사 혹은 모델들의 커다란 컬러 사진들로 가득 차 있는 그러한 책들에 비해, 이 책은 꽤 심심하다. 저자는 여기에 있어,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만큼 길고 자세히 설명해 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는 사진 속 강사들의 얼굴이나 몸매가 아닌, 정확한 운동법이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몸 좋고 외모도 눈부신 강사들의 반라 차림을 보며 눈 호강을 하기 위해, 혹은 눈으로만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재미없고 따분한 책일지 몰라도, 실제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정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운동을 해보면, 하나의 운동이라 할지라도 정말 쉽지 않고, 막히는 부분도 계속해서 생기고, 애매한 부분이 참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커다란 사진 몇 장과 간단한 사진만으로 한 운동법에 대해 모두 설명을 한 마냥 여기고, 온갖 희귀한 운동들에 대한 설명으로 페이지 수를 채우는 수많은 책들을 보면,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르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많다. 저자 '수피'는 그러지 않았다.

 

"대개의 고립운동, 머신운동은 겉근육의 크기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운동에 과하게 치중해 안팎의 밸런스가 깨지면 겉보기는 근사할지 몰라도 아예 운동을 안 했을 때보다 기능적으로는 불량품에 가까운 몸이 되기도 합니다.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처럼 복합성이 큰 운동, 플랭크나 롤아웃 같은 기능성이 강한 코어운동의 비중이 높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 헬스의 정석 - 근력운동편 p241 中)


저자는 또한, 지나칠 만큼 자극적인 주장들로 충격을 주는 식으로 주목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예로 들어 '남자는 힘이다'와 '불량헬스'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이 믿는 '통념'에 대해 강력하게 공격하면서, 극단적인 방향만을 주장하지도 않았다. (물론 이 두 권의 책은 내가 '헬스의 정석'만큼이나 귀하게 여기는 책들이다) 그런 점에서, 마케팅 차원에서는 참 어렵게 가고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삐까번쩍한 강사들의 커다란 컬러 사진도, 자극적인 주장을 펼치지도 않으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것들이 별로 없다. 그만큼, 지나칠 만큼 정직하고, 바른 책이다. 오히려 그렇기에, 이 책은 '지침서'와 될 수 있고, 감히, '고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은 것이다.


그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고, 화려하고 자극적인 걸 강조한 책들은, 그 시대에는 인기가 많았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몇 년 가지 못하고 점점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힌다. 반면 고전은 그렇지 않다.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고, 읽기 어려워 보이지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은 훨씬 많다. 운동 서적은 아직 제대로 된 고전이 없다. 거기와 비교하면, 너무나도 많은 책이 범람하듯 나오고 있고, 그러다 보니, 우리는 정보는 그 어느 때보다 많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헤매고 있다. '헬스의 정석' 1편과 2편은, 이러한 우리에게 제대로 된 운동 지침서로서 무척 훌륭한 책이 아닐까 싶다. 마치, 온갖 자기계발서, 인문학 서적들이 시중에 나와도, 만들어진 지 2000년이 훨씬 넘은 '논어'가 여전히 현대인들의 생활 지침서로서의 가치를 다하고 있듯, 이 책 역시 그러한 '고전'이 되기를.



"한 달 동안 발전이 없다면 그때는 운동 방법을 뒤엎어야 합니다. 한 운동법을 조강지처로 삼아선 안 됩니다. 운동법이든 운동 프로그램이든 편안하고 익숙해지면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 헬스의 정석 - 근력운동편 p369 中)



딱 작년 이 맘 때쯤, '헬스의 정석 1편'을 읽고 썼던 리뷰가, 네이버 '오늘의 책'에 당첨되면서 하루 동안 네이버 메인화면에 걸렸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운동하고 있고, 온갖 운동 서적들을 즐겨 읽고 있다. 오로지 이론에만 빠지려 하지 않으려 노력했고, 다양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이론들을 직접 내 몸에 적용 시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헬스의 정석 2편'에 대한 리뷰를 적는다. 리뷰는 여기서 끝나지만, '헬스의 정석 2편'을 지침서 삼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열심히 운동을 해 나가고 싶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고전 사용법' 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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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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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되기를 꿈 꾼 이후로, 내 책장에는 각종 인문학 책들이 꽂히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주로 철학책이 많았는데, 주로 서양 철학에 관한 것이 많았다. 동양 철학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공자나 맹자 보다는 소크라테스나 니체, 칸트가 더 멋있어 보였다. 공자의 인(仁)보다는 니체의 위벤머쉬나 칸트의 물자체 같은 개념이 뭔가 더 있어 보였다. 그렇게, 실제로 나의 공부를 서양 철학에 치우쳤다. 장자나 불교 쪽에 관심이 제법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양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 되어 있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자의 논어 부터, 주역, 장자, 한비자, 사기 등, 다양한 서적들과 그 내용들이 등장 한다. 동양 철학에 관한 서적도 몇권 읽어 봤지만, 대부분 이 여러 서적들 중 한권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들이 대부분 이었다. 논어면 논어, 장자면 장자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 이었고, 그 외의 서적들은 참고 자료에 불과 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고, 서양 철학서 만큼이나 멋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모아 놓자,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 하였다. 동양의 고전 만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겪게 되는 온갖 일들이나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보이는 것 이다. 무엇 보다 분석적이고 이론적인 느낌이 가득한 서양 철학 이론들에 비해, 지행합일을 강조하는 동양의 사상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양의 이론들이 책상에 앉아서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만들어 낸 이론이라면, 동양의 이론은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그 결과를 기록한 것들 이었다. 이 책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다양한 사자성어들이 이런 것들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서양에는 사자성어 같은 건 없다. 그냥 혼자 생각에 잠겨서 이데아의 세계를 말하고, 코기토를 말하는 게 이들의 사상 이었다. 이 속에 경험은 전혀 없다 보니, 인간적이지 않은 것 이다.

 

동양 철학은 오로지 인간만을 다루었고, 오로지 인간을 위해서만 탄생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귀한 귀족들만 겪는 고민만을 다루지 않았고, 백성 한명 한명의 고민과 힘듬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들이 존재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무척 많은 메세지를 던져 준다. 기술이 놀라울 만큼 많이 진보를 하고, 그만큼 생활이 달라지긴 했지만, 결국 지난 몇천년 동안 인간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고, 고민의 종류는 비슷했다.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리더의 입장에서 어떤 가치가 중요한 지, 고난이 닥쳤을 때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말을 함에 있어서 어떤 점을 유의 해야 하는지 등, 결국 고전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들에 대한 당시의 생각들을 적어 놓은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통해 현재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내가 바로 한 일은, 인터넷 서점에서 동양 고전들을 장바구니에 넣은 일 이다. 논어와 장자에 관한 책들은 있어, 우선 '사기'와 '주역'에 관한 괜찮은 책들을 찾았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그것이 행동의 변화를 이끌기는 참으로 어려운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행동의 변화를 이끌었다. 서양철학에 치우쳤던 나의 공부를, 좀 더 동양 철학 쪽으로 중점을 두고 싶어졌다. 그리고 단순히 혼자 공부를 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블로그를 통해 내가 공부한 것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함으로서, 동양 철학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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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탄생 - 소설이 끝내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
이재은 지음 / 강단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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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 직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상에서 비춰진 것 만으로, 그 직업에 대한 모든 것을 판단 하는 것 이다. 의사를 하면 저렇게 보람만 느낄 거 같고, 변호사나 판사를 하면 저렇게 멋있게 목소리를 내면서 폼나게 살 수 있을 것 같고, 형사를 하면 범죄자들을 찾으면서 멋있는 생활을 하며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을 것 같고. 마찬가지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 역시 가지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느긋하게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면서, 여유 있는 생활을 해 나가는, 그런 모습이다. 나 역시 이런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으면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도 여유로운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작가'라는 직업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늘 시험에 치이고, 알바에 치이면서 근근히 글을 써 오면서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 아무것도 안하고 오로지 글만 쓰는 생활은 그야말로 꿈 그자체 였다.


그랬던 내게, 이 책은 실제 작가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말을 해 줌으로서, 환상이 어느정도 깨지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목표로 하는 삶에 대해서 구체화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그와 함께, 훌룡한 문학 작품들 뒤에 고스란히 숨겨져 있는 작가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생각들을 엿봄으로서, '작가'라는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생각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작가에 대한 많은 편견이 있었다. 작가는 오로지 전업작가만을 의미하는 줄 알았고, 훌룡한 작품들은 실제로 하루종일 앉아서 글만 써야 나온다고 생각 했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앉아서 글만 쓸 수 있는 삶이 가장 좋고, 다른 일을 하면서 글을 쓰는 건 그 다음으로 좋은 삶이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나온 작가들은 그렇지 않았다. 전업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문인들도 많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히 '강영숙' 작가의 경우에는, 다른 일을 계속하면서 글을 쓰는 삶을 추구한다고 말 하였다. 나로서는 충격이었고, 많은 생각이 들게끔 해 주는 말 이었다. 그 외에도, 다른 일을 하면서 먼 길을 돌아온 덕에 지금 작가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어서 다른 분야를 전공한 것을 후회 하지 않는 '정인현' 작가나, 치유과정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해 언급하는 '박상우' 작가 등, 여러 작가의 말들을 통해, 내가 꿈 꾸고 있는 작가로서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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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그만두다 - 소비자본주의의 모순을 꿰뚫고 내 삶의 가치를 지켜줄 적극적 대안과 실천
히라카와 가쓰미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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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태어날 때 부터 자본주의 속에 있었고, 곧 바로 '돈'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자본주의를 지극히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이것에 대해 그 어떤 문제 의식도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오로지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돈이 없다면 그것은 개인의 불성실함이나 능력의 문제라는 인식이다. 무엇보다, '소비'가 우리의 삶에 아주 커다란 부분으로 다가왔다. 소비가 사라진 사회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버린 것 이다.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그 돈을 쓰기 위해서 이다. 회사에서 우리에게 돈을 주는 이유는, 그 돈으로 물건을 계속 사면서 소비를 하라는 말이다. 결국 우리는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소비를 하고, 돈이 다 떨어지면 또 일을 하는 그 메커니즘 속에서 마치 쳇바퀴 구르듯 살아가고 있는 것 이다.


이 책은 이른바 '소비자 1세대'였던 저자가 겪게 되는 커다란 변화와, 그것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 자세히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저자의 어머니가 동네 슈퍼에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 필요 없는 물건을 사오는 이야기 인데, 지극히나 합리적인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혀 이해가 안되는 행동이다. 속옷이 집에 많은데, 어째서 또 속옷을 사온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그 당시에 가게에 가는 이유는 오로지 물건을 사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것 이다. 즉, 모든 인간 관계가 돈과 상품의 교환만으로 끝나지 않는, 그보다 더 깊은 관계가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어느새나 우리 주위에는 이러한 슈퍼나 가게가 사라지고, 편의점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분명 24시간이라 우리들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주긴 하지만, 우리는 편의점 직원과 그 어떤 인간적인 관계도 맺으려고 하지 않는다. 책에서 나온 듯, 편의를 추구하는 만큼, 우리는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소비자 1세대인 저자는, 어쩌면 패전후 일본에 다시금 본격적으로 자본주의가 도입이 될 때를 살아오면서, 자본주의가 주는 상처들을 고스란히 받았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에서 '이상'이라는 시인이 '날개'를 통해 그 상처들을 노래할 수 있었듯이, 저자 역시 자본주의로 인해 삶의 많은 부분들, 혹은 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크게 변하는 걸 느끼고, 그에 따라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싶다. 분명한 건, 자본주의가 우리 인간의 본성은 아니라는 것 이다. 자본주의가 우리 인류를 지배하기 시작한지, 기껏해야 2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 전 까지는 돈을 몰라도 잘만 살았다는 말 이다. 바로 이 점이, 아직 자본주의가 강해지기 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저자가 이 책을 쓸 수 있는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다.


돈의 사용가치에 대한 분석, 주5일제, 월마트 효과 등, 이 책은 자본주의와 관련된 많은 중요한 개념들을 다루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이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분석은 무척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분석 다음으로 오는 '결론' 이었다. '소비'가 미덕인 마냥 여겨지면서 더욱 자본주의의 매커니즘 속에 강하게 빠져드는 우리들에게 해법이라고 제시 하는 것이, 커피를 사먹지 말고 그냥 개인 커피점을 만들어라는 것이, 절로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그렇게 하면 표면적으로는 소비를 하지 않게 되는 것 이지만, 과연 이게 해법일까. 이런 논리라면, 우리가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식당, 커피집, 목욕탕, 옷집을 따로 이용하지 말고, 아예 이러한 가게를 모조리 차리는 것 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게 가능한가? 스스로 일해서 스스로 먹는 '농사'의 매커니즘을 새롭게 적용하긴 했지만, 이건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그냥 나의 눈에는, 그렇게 커피집을 차릴 만큼 돈이 남아 돌아서 개인 커피집을 차렸다는 자랑으로 밖에 안 비춰진다. 커피집을 차리는데 1억이 들었다고 가정하면, 그 덕에 하루에 커피 값 10000원을 아낄 수 있게 된 것이, 소비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걸까? 초기의 비용인 1억은 훨씬 커다란 소비가 아닌가?


이런 결론의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소비'에 맞서서 좀 더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답은 틀렸지만, 그 풀이 과정에 있어서 쓰인 공식들은, 충분히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 이다. 그런 점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한번쯤은 권해주고 싶은 책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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