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인문학자가 되기를 꿈 꾼 이후로, 내 책장에는 각종 인문학 책들이 꽂히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주로 철학책이 많았는데, 주로 서양 철학에 관한 것이 많았다. 동양 철학에 대해 전혀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공자나 맹자 보다는 소크라테스나 니체, 칸트가 더 멋있어 보였다. 공자의 인(仁)보다는 니체의 위벤머쉬나 칸트의 물자체 같은 개념이 뭔가 더 있어 보였다. 그렇게, 실제로 나의 공부를 서양 철학에 치우쳤다. 장자나 불교 쪽에 관심이 제법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뭔가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양 철학'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 되어 있다.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공자의 논어 부터, 주역, 장자, 한비자, 사기 등, 다양한 서적들과 그 내용들이 등장 한다. 동양 철학에 관한 서적도 몇권 읽어 봤지만, 대부분 이 여러 서적들 중 한권에 대한 분석을 하는 것들이 대부분 이었다. 논어면 논어, 장자면 장자에 대한 이야기만 할 뿐 이었고, 그 외의 서적들은 참고 자료에 불과 했다. 그러다 보니 뭔가 아쉬운 느낌이 들었고, 서양 철학서 만큼이나 멋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모아 놓자,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 하였다. 동양의 고전 만으로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히 겪게 되는 온갖 일들이나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보이는 것 이다. 무엇 보다 분석적이고 이론적인 느낌이 가득한 서양 철학 이론들에 비해, 지행합일을 강조하는 동양의 사상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양의 이론들이 책상에 앉아서 머릿속으로 생각해서 만들어 낸 이론이라면, 동양의 이론은 직접 경험하고 부딪히고 깨지면서 그 결과를 기록한 것들 이었다. 이 책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다양한 사자성어들이 이런 것들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서양에는 사자성어 같은 건 없다. 그냥 혼자 생각에 잠겨서 이데아의 세계를 말하고, 코기토를 말하는 게 이들의 사상 이었다. 이 속에 경험은 전혀 없다 보니, 인간적이지 않은 것 이다.
동양 철학은 오로지 인간만을 다루었고, 오로지 인간을 위해서만 탄생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귀한 귀족들만 겪는 고민만을 다루지 않았고, 백성 한명 한명의 고민과 힘듬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들이 존재 했다. 그러다 보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무척 많은 메세지를 던져 준다. 기술이 놀라울 만큼 많이 진보를 하고, 그만큼 생활이 달라지긴 했지만, 결국 지난 몇천년 동안 인간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고, 고민의 종류는 비슷했다.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리더의 입장에서 어떤 가치가 중요한 지, 고난이 닥쳤을 때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 말을 함에 있어서 어떤 점을 유의 해야 하는지 등, 결국 고전이라는 것은 이러한 것들에 대한 당시의 생각들을 적어 놓은 것이고, 우리는 이것을 통해 현재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내가 바로 한 일은, 인터넷 서점에서 동양 고전들을 장바구니에 넣은 일 이다. 논어와 장자에 관한 책들은 있어, 우선 '사기'와 '주역'에 관한 괜찮은 책들을 찾았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나서, 그것이 행동의 변화를 이끌기는 참으로 어려운데, 이 책은 그런 나에게 행동의 변화를 이끌었다. 서양철학에 치우쳤던 나의 공부를, 좀 더 동양 철학 쪽으로 중점을 두고 싶어졌다. 그리고 단순히 혼자 공부를 하는데에 그치지 않고, 블로그를 통해 내가 공부한 것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함으로서, 동양 철학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