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어바웃 치즈 - 10가지 대표 치즈로 알아보는 치즈의 모든 것
무라세 미유키 지음, 구혜영 옮김 / 예문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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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치즈를 맛보다 - 올어바웃 치즈를 읽고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내가 그것을 대학에서 전공을 하거나, 자격증을 따거나,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잘 알지 못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책을 통해서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책을 쓴 사람은, 그것을 전공하거나, 직업으로 삼고 있거나,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의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즉, 그들이 오랜 시간 공부를 한 것을 한권의 책으로 알기 쉽게 정리를 해 놓은 것을, 적게는 1~2시간, 많으면 3~4시간 만에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것 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자기계발서와 인문학 서적, 에세이 위주로 책을 읽긴 하지만, 이런 책들도 적지 않게 읽어 왔다. 그렇게 읽어서, 미약하게나마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분야는, 클래식, 바둑, 와인, 맥주, 초콜릿,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이 되겠다. 그리고 그 연장선 상으로, 이렇게 치즈에 관한 책도 읽게 되었다.

 

책에는 여러 가지 치즈들이 나온다. 페코리노 로마노부터 시작해, 로크포르, 모차렐라, 레지아노, 에프와스 등, 그 지역도 다양하고, 물소젖에서 나온 우유인지, 양젖에서 나온 우유인지, 산양에서 나온 우유인지 등, 그리고 만드는 방법이나, 숙성 시간도 다양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치즈는 극히 일부였다는 걸 말해준다. 어쩌면 외국인이 우리나라 전통 음식들에 대해서 극히 일부만 알고 있듯이, 우리들 역시 유럽에서는 일상적인 음식인 '치즈'에 대해서, 극히 일부만 접하고, 알지 못한다. 바로 그렇기에, 이렇게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는 것이고 말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책에서 나오는 큼지막한 치즈들을 먹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만드는 과정부터 시작해, 치즈의 그 향과 맛에 대해서 생동감 있게 묘사한 걸 보고 있으면, 절로 입에 침이 고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근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치즈는, 슬라이스 치즈나, 잘게 썰어진 냉장 보관용 치즈 뿐 이라는 걸 볼 때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치즈의 그 특성상, 오래 보관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일상적으로 먹는 치즈라도 우리나라에선 구하기가 쉽지 않기는 하지만, 책을 통해서, 이렇게나 다양하고 맛있는 치즈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러한 아쉬움은 더욱 커지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챕터별로 나오는 '치즈'에 관한 많은 예찬 중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하나의 글귀로 이 글을 마루리 하고 싶다.

 

「당신의 돈과 시간, 그리고 당신 자신의 치즈에 투자하라. 그 정도의 낭만은 갖춰야 한다 」 - 안소니 부르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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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 - 20세기를 뒤흔든 모델 살인사건과 언론의 히스테리
해럴드 셰터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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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이 주는 의미 - 미치광이 예술가의 부활절 살인을 읽고


​나는 소설을 좀처럼 읽지 않는 편 임에도, 한번씩 책이 잘 안 읽힐 때면, 시간도 떼우면서 독서에 대한 감각과 느낌을 살리기 위해 소설을 읽는 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책 중 한 권이었다. 실제 1900년대 초반에, 미국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소설로 만들었다는 이 책은, 처음부터 몇가지 살인사건을 소개하면서 시작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시의 배경을 소개하는데 그치고, 이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버트 밥 어윈'은, 태어났을 때 부터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가정환경 속에서 유년기를 보낸다. 그리고 아직 성인이 되기 전에, 소년원과 정신 병원을 수 없이 오가곤 한다. 이런 그가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 상태는 여전히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불안한 조짐을 계속 보이고, 끝내는 말도 안되는 환상에 사로 잡혀, 애초에 계획에 없었던 사람을 무려 3명이나 살해하고, 도피 생활을 하다가 결국 자수를 하고 만다. 이것이 이 책의 주 내용인데, 이렇게 주인공에 초점을 맞췄을 때는, 그저 어렸을 적부터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온 한 싸이코패스의 살인사건이 주는 흥미에서 그칠 것 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넘기기에는, 이 사건 하나가 주는 의미는 결코 간단하지 않다.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사실에 대해서, 주인공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주인공 역시, 당시의 미국 사회에 대한, 현실에 대한 한 명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태어날 때 부터, 그 운명이 정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태어날 때 부터, 대통령이 될 아기와, 테러리스트가 될 아기가 따로 있지는 않다.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따라서, 성격이 달라지고, 가치관이 달라진다. 어쩌면 주인공의 어머니가 한 종교에 심취해 있었다는 사실 부터, 주인공이 훗날 저지르게 되는 살인의, 그 시작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 되는 건 아니지만, 결국 그러한 삶을 살게 된 것이, 오로지 주인공의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뿐만 아니라, 언론에 대해서도, 주인공은 그저 이용만 당하다가, 마지막에는 버림을 당해 버린게 아닐까 싶다. 물론 언론의 특성상,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것들을 통해서 판매부수를 올리고, 자신의 언론사를 좀 더 유명해지고, 크게 만드는 것 자체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일 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이 자수를 할 때, 막대한 돈과 인터뷰 독점권을 교환했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행위로 비춰지진 않는다. 결국은 살인사건 마저도, 철저한 자본의 논리 속에서, 그 '관심'이 '돈'으로 가치 평가 되고, 환산이 되어버린 셈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언론은 주인공이 어째서 그런 말도 안되는 살인은 하고 말았나에 대한 분석 보다는, 그저 주인공을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보다 자극적인 기사를 보여주기 바쁘다. 도덕적인 비판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살인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하나의 매혹적인 '상품'으로 둔갑해 버린 것이다.


한편으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대공황 이후, 삶의 의욕을 잃은 대중들을 홀리고, 이목을 끌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꼭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대중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건, '대공황'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분명 무시할 수 없을 것 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언론의 이런 반응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관점에서, 개인의 권리가 철저히 무시되고 짓밟히는 이런 모습은, 꼭 당시의 미국만이라고 할 수 도 없을 테다. 세월호 사건, 판교 사고, 그리고 군대에 관련된 많은 문제들에 관한 언론의 모습을 보면, 지금 역시,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은 듯 하다.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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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 경제 - L’economie des inegalites
토마 피케티 지음, 유영 옮김, 노형규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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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책 - 불평등 경제를 읽고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이과를 선택했고, 학과 역시 이과 중에서도 가장 이과적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기계공학부'에 입학을 해, 이제까지 전공을 배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 이다. 딱히 신문을 보는 것도, 뉴스를 챙겨보는 것도, 아니면 관련 동아리나 스터디에 들어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럼에도, 책을 워낙 좋아하는 나머지, 경제 관련 서적도 몇 권 읽었고, 그 중에서는 '나쁜 사마리안인들'이나 '경제학 콘서트',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등, 논란도 많지만 그 만큼 재미도 있어, 공학도 임에도 경제학 이라는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나의 그런 흥미를 한번에 떨어뜨리는 책이었다.

 

지금 한창 베스트 셀러를 유지 하고 있는 '21세기 자본론'의 저자, '토마 피케티'의 역작이라는 이 책은, 처음부터 난해한 개념이 나온다. 기초적 재분배와 효율적 재분배 부터 시작해, 근로 소득과 자본 소득, 세습제안 소득, 쿠르데츠 이론,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대체 탄력성과 기능편향적 기술변화 라는 용어까지 쓰이면서, 그야말로 난해한 개념을 난해하게 풀어 나가고 있다. 평소 독서량이 적지 않고, 특히 이 책은 내용을 메모지에 정리하면서 읽는 '초서 독서법'까지 해가면서 읽었지만, 여전히 그 개념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책의 마지마 페이지를 덮고도, 이 책이 경제의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서 이래 저래 분석을 했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통념 그 이상으로 세밀하게 알아본다는, 대충 그런 내용을 말하고 있다는 추측만 될 뿐, 그 이상으론 이 책이 무슨 내용을 이야기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나는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 이긴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교재'가 아닌 '책'이라면, 난해한 개념을 굳이 난해하게 설명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나 저자는, 어려운 개념을 어렵게 설명하는 역할이 아닌, 어려운 개념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에 어려운 걸 어렵게 설명한다면, 이것은 '책'이라 말할 수 없고, 그저 '교재'라고 말을 해야 할 것 이다.

 

결과적으론, 이 글이 서평인지, 아니면 그저 경제학에 문회안인 한 공학도의 투정인지 모르겠다. 결국 이 책이 어렵다는 것은, 나의 낮은 수준을 다시금 말해주는 역할을 해 준 듯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대를 많이 한 책 이었고, 이 어려운 책을 읽으며 무엇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노력을 한 것에 비해, 얻은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에 절로 아쉬움이 든다. 확실히, 아직은 내가 읽을 만한 책은 아님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양서 인지, 아니면 진짜 그냥 교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선, 내가 수준을 좀 더 올려서,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난 후에, 이 책을 떳떳하게 비판할 수 있었으면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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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경영학 공부하라 - 경영학은 회사원의 첫 번째 무기다! 지금 당장 경제 시리즈
김태경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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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문을 접하다 - '지금 당장 경영학을 공부하라'를 읽고


​작년부터 온갖 대외활동을 하면서, 내가 가장 많이 만났던 학과는 바로 '경영학과' 이다. 나도 나름 공대생 치고 이것 저것 많이 해봤기에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경영학과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는 그야말로 새발의 피 였다. 대외활동에 귀천이 따로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했던 활동들에 비해 이들의 활동은 그야말로 화려했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은 물론, 각종 캠프에도 단순히 참여하는게 아닌 기획에까지 참여한 적도 많고, 각종 동아리나 프로젝트 기획 등, 그야말로 안해본게 없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제까지 만난 많은 사람들 중, '복수전공'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경영학'을 부전공으로 삼고 있었다. 정작 나는 경영학과는 별 관련이 없는 공학도 인데도, 주위에는 경영학도, 혹은 경영학을 배우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다보니 의문이 들었다. 경영학이 도대체 어떤 학문이길래, 내 주위에 이렇게 많은 걸까 하는, 그런 의문 이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경영학에 대해서, 자세히는 아닐지라도 조금이나마 감을 잡고,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라도 알 수 있게 해준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경영학이란 무엇인가 부터 시작해, 경영학의 공부 방법론, 기업가 정신, 이익, 전략, 회계등 경영학과 관련된 많은 분야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그 뿐만 아니라 CSR, CSV, NPS 등, 어려운 용어에 대한 설명 역시, 실제 신문 기사를 통해 보다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결코 그렇게 깊고 난해한 개념은 설명하지 않아, 나처럼 경영학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 좀 더 이해하기 수월하게 되어있다. 그렇다고 그리 가볍지만은 않으면서, 경영학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이나 용어들을 정리해주고 있다. 물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도, 아직은 조금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정확히 경영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시원하게 답변할 수는 없겠지만,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다고 여기기에, 이 정도면 꽤 괜찮은 성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는, '경영학'은 그냥 CEO나, 리더의 위치에 오를 사람이 배워서, 회사나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 존재하는 학문으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경영학은, 그렇게 편협하고 좁은 의미가 아니었다. 물론 '기업'이라는 것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지만, 좀 더 넓게 봤을 때, 내가 이제까지 배운 다양한 학문을 기업에 어떻게 적용하는가 라는, 그야말로 21세기에 적합한 '통섭'과 '융합'의 학문이었다. 기본적으로 경제학, 심리학, 통계학, IT로 나누고 있긴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본적인 바탕이고, 이 위에서 인문학과 철학, 혹은 그 외에 다양한 학문들이 경영학으로 수렴하면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결과나 효과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단지 그 대상이 기업일 뿐, 넓은 의미에서는 세상을 살아가고, 자신을 경영해 나가는데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아주 멋진 학문이 아닌가.

 

앞에서 말했다시피, 나는 공학도 이다. 그렇다고 경영학과 관련된 전공 수업을 들은 적도 없다. 그렇기에 나에겐 이 책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전공이나 수업이 아닌, 이렇게 '책'을 통해서 새로운 학문을 접하게 되니, 그리 지겹지만도 않고, 싫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그 옛날, 중국의 '공자'께서 말씀하신,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라는 문장이 떠올랐다.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라는, 학습에 있어서 꽤나 유명한 문장이다. 하지만 초.중.고 시절은 물론, 내가 선택해서 온 대학교 전공 까지, 배움이 즐거웠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내가 스스로 배우고 싶어서 배우다 보니, 정말 배우는게 즐거워졌다. 나는 이 책을 '교재'가 아닌 '책'으로 본 것이고, 시험을 쳐서 높은 점수를 딸 필요도, 억지로 머리에 쑤셔 넣으며 암기를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이렇게 배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신기한 마법을 부리지 않았나 싶다. 한편으론, 앞으로 내가 새로운 학문을 배워나갈 때, 계속해서 적용해 나가야 하는 방법이기도 할테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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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 세대 - 기회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올리버 예게스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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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다 - 결정장애 세대를 읽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그런 기술들이 우리의 삶을 변화 시키는 걸 보고 있으면, 지금의 사회 속에서 '정적인 것' 따위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는 기분이 든다. 너무나도 짧은 시기에 너무나도 많은 변화를 겪다보니, 무언가를 공통적으로 묶거나, 분석하기가 어려워 졌다. 이러한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세대'라는 개념이다. 물론 이 '세대'라는 것 자체가 애매함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1960년, 1970년, 1980년, 1990년에 20대를 보낸 사람들은, 각 세대만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으로서 하나로 묶는게 가능했다. 그런데 그에 비해, 2014의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는 지금, 20대를 보내고 있는 젊은이들을 묶을 수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쉽사리 대답하기가 어렵지 않나 싶다.


이 책에서는 지금의 세대를 '메이비(maybe) 세대'라고 말한다. 이 책의 제목이 이에 대해 잘 말해주고 있는데, 먹고 살만해지고, 기회도 많아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음에도, 오히려 어떤 걸 결정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뚜렷한 주관이나 가치관이 없다는 것 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초콜렛의 종류가 많으면 오히려 선택 뒤의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있다. 어쩌면 예전에 비해서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을 하고 그 덕에 누릴 수 있는 것이 많아졌다는 이런 환경이, 오히려 우리의 만족감을 떨어뜨린게 아닐까.

 

단순히 '결정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지금의 세대에 대한 많은 분석이 나온다. 어느새 우리의 일상의 일부가 되어버린 SNS에 대한 이야기 부터, 역사에 관해 너무나도 무지하다는 사실, 종교 보다는 과학과 기술을 믿는 다는 것, 그 외에도 사랑, 팝문화, 음식, 정치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는 결코 새로운 이론을 펼치거나, 자신의 강력한 견해를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지금의 20대들의 모습을 한 걸음 뒤에서 관찰을 하고, 그것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분석을 한 것 이다. 그럼으로서, 이제까지 지극히나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스스로 한번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준다.

 

나 역시 20대의 중반을 보내고 있는, 이 책에서 말하는 '메이비 세대'로서, 이 책에 무척 많은 공감을 하였다. 나 역시, 어떤 물품을 구입할 때,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는 편이고, 예전에는 '상식'이라 일컬어 지던 역사 사건들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 편이다. 종교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고, 정치에도 무관심하고, 지극히나 개인주의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나의 이러한 점들이, 단순히 나만의 특징이 아닌, 우리 세대의 특징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무척 놀라웠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이 떠올랐다. 벤야민이 당시의 파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기록했던 책 인데, 그 책을 읽다보면 옛 파리의 모습과, 사람들의 생각, 그 시대의 특징들이 절로 그려진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이 책이, 그저 현대르 분석한 것에서 끝날지 모르겠지만, 훗날에는 지금의 이 시대를 그대로 말해주는, 기념비적인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현실을 그려내고 분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한 걸음 물러서서 이렇게 사회를 관찰하고, 우리 세대를 관찰한 이 책을 통해, 우리들 역시 한 걸음 뒤에서 우리들의 객관적인 모습을 좀 더 세밀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나 싶다. 그 어떤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진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스스로를 진단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이 책은 그러한 '진단'을 도와주었고, 우리는 이것을 통해,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나 고민을 해결해 나갈 열쇠를 얻게 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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