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서 영국을 빼놓을 수 있을까? 영국을 지칭하는 많은 말들과 많은 영국 사람들을 알고 있다. 학교 교과서로도 배우고 세계사 만화책에서도 보고 영화에서도 보고 호기심에서 찾아보는 나라가 영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영국사 다이제스트100을 읽기 전과 후의 차이가 엄청나다. 모든 역사를 수박 겉핥기로 배우고 외우는 일에 익숙해져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영국을 알기 위해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쭉 이어지는 흐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영국은 섬나라의 특징 때문에 선사시대에는 땅이 잠기기도 했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또한 대륙보다 더 다양한 발전이 늦어질 수밖에 없는 지리적 환경이었지만 독특한 문화와 언어, 문자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이 시사해 주는 바는 우리의 역사와는 달랐다. 영국의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는 한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의 토착민들은 비커족이며 켈트족의 이주로 드루이드교가 성행했다. 로마의 침입으로 기독교도가 전파되었고 300년간의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영국은 앵글로 색슨족이 세운 여러 나라들이 난립하는 시기를 겪게 된다.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을 침략한 바이킹의 후손 정복왕 윌리엄 1세가 잉글랜드를 통치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왕조가 시작된다. 그래서 영국은 대륙에서 이주한 지배자들이 기존 세력을 누르면서 왕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영국이 프랑스와 100년 전쟁을 한 것은 영국의 지배 계층이 프랑스 말을 하는 프랑스인이고, 대대로 프랑스 영토를 가졌기 때문인 것이다. 또한 같은 왕조에서 같은 아버지 밑에 아들들 간에도 가문들이 달랐다. 왕가의 계보가 아주 복잡한데 핏줄에 집착이 심한 것 같다가도 왕가가 자주 끊기는 것을 보면 참 허망하기도 하다. 내전으로 인하여 민초들의 삶이 힘들었을 테고 십자군 전쟁 비용으로도 힘들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로빈 후드가 그냥 나온 이야기는 아니었고 말이다.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1215년 귀족의 반란으로 대헌장의 맹세와 의회의 소집이 이뤄진 부분에서는 정말 부럽다고 생각됐다. 끊임없는 내전과 영토 전쟁을 일으켰지만 나라 안에서 썩어있지 않고 새로운 물결이 끊임없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영국이 지금까지 선진국이자 강대국으로 커온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