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공주 1
최사규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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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집에는 [애국의 등불]이라는 위인전도 있었고 역사 만화책을 읽고 또 읽었다. 학교 다닐 때는 역사 드라마도 좋아했다. 그러다 대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역사가 힘들어졌다. 우리가 배워온 기록의 역사와 실제 역사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일제강점기 즈음부터 기술되는 근현대사는 시험에서도 잘 안 나와서 열심히 하지도 않았는데 그 고통 속에서 살아왔을 우리 선조들이 가엾어 보기 싫었던 것이었다. 아니면 정치에 매몰된 시대에서는 개인의 이야기들, 삶이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없어서였던 것도 같다.

전 세계적으로도 역사 속 사랑 이야기에는 신비한 힘이 있는지 소설, 영화, 뮤지컬로 영원히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동요, 신사임당, 장녹수, 장희빈, 어우동, 명성왕후, 선덕여왕 등등 소재도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평강공주의 사랑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소재가 된 적이 없었다. 평강공주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교과서에도 실려있어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나조차도 평강공주는 울보이고 유교 사회에서는 남편이 한 명이라서 어렸을 때 들은 대로 바보 온달과 결혼했다고 단순하게만 생각해왔다. 유교 교육을 받은 나 자신의 한계였다.

#평강공주라는 소설이 있다는 것은 드라마 [달이 뜨는 강]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온달에 대해 재조명하는 기사를 보게 됐는데, 온달은 바보가 아니었고, 조정에 출사했을 때도 높은 벼슬을 처음부터 꿰찰 수 있었던 것도 출신이 보장되어 있지 않았다면 고대 계급제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와! 내 고정관념을 때리는, 기록 역사 안에 숨은 이야기를 알 수 있는 기회였다.

계속 반복되는 일상에서 왜?라는 물을 던지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에게도 왜?라고 물어보고 답을 기다리는 것도 아주 어렵다. 하지만 왜?를 시작하면 다른 것이 보이는 법이다. 평강공주는 왜 어렸을 적부터 울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됐을까? 전 세계적으로도 공주가 울보였다는 기록을 가지는 것이 참 어려울 터이다. 최사규 작가님은 고구려 내부 권력 다툼과 외부 외교 정세를 토대로 평강공주가 처한 상황을 짜임새 있고 치밀하게 제시한다. 열여섯이면 결혼을 해야 하고 고구려 내의 권력 다툼, 안학궁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의 이목을 손쉽게 모으면서도 쉽게 처분할 수 없는 존재가 되기 위해 눈물을 쥐어짤 수밖에 없는 상황 말이다. 공주라면 쉽게 울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뒤집어엎는 평강공주, 진정 그녀는 처세의 천재일 수밖에 없다. 실제 역사적 인물인 을지 해 중, 절노부 연 씨들, 온달

과 사 씨들, 상부 고씨들과 작가님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흑풍대와 별동대원들이 개성 있게 그려진다. 이야기 전개는 아주 빠르다. 역사적 이야기를 토대로 쓴 소설인지라 사건을 나열한다는 느낌도 있고, 궁중 말투 등에서 고증이 잘 된 말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 몰입을 방해받은 점들이 있지만 읽어볼 만한 색다른 역사소설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등장인물들의 외모와 재력을 중시하는 로맨스 소설과는 거리가 있지만 평강공주의 걸크러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면 좋을 듯하다. 표지가 꽃분홍에 노랑나비가 펄렁대지만 사실 소년들이 제일 재밌게 볼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1권은 평강공주의 활약상이 많이 나오지만 왕과 귀족, 군대 내 권력 암투가 주 내용이다. 2권은 온달의 성장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소년의 성장물로서 소년들이 제일 재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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