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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가족
김은제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오랜만에 장편소설 하나를 읽었습니다.
주인공 마리를 통해 108년이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삼대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는데요.
각자의 존재 이유와 의미를 찾아 나서는 인간적인 먹빛 삶의 채취와 사랑 이야기입니다.

삼 남매는 행방불명된 아버지 소식을 66년 만에 듣고 혼란에 빠집니다.
태어난 지 6개월도 안 되어 아버지와 생이별한 주인공은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랐으니까요.
"요렇게 예쁜 마리가 자라면 대문 밖 고추나무까지 베어버려, 마리를 짝사랑한 총각이 목매달지도 모르니까."
주인공 마리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은 적은 없었지만, 어머니가 들려준 말 하나로
아버지와 살을 맞댄 듯 살가운 정을 느끼며 아버지를 찾아 과거의 통로를 따라갑니다.

마리의 어머니 혜린은 독립운동을 위해 이주하는 가족을 따라 만주로 가서 공부를 하고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인 소스케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요.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양쪽의 부모님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합니다.
혜린은 한국으로 와 결혼을 하고 삼남매를 낳고 힘겹게 생활을 해나가는데요.
사회주의 사상을 갖은 아버지는 거제도 피난민 수용소에서 포로로 들어갔다가 포로교환 때 이북을 택해 월북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 없이 혼자 온갖 일을 하며 삼남매를 키웠고,
후에 삼남매가 북한에 있는 아버지의 가족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이산가족을 찾기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다른 형제들은 복한에 있는 아버지와 유전자가 일치하는데 마리만은 달랐지요.
마리는 첫사랑을 잊지 못해 찾아왔던 소스케의 딸이었던 것입니다.

마리, 그녀는 정체성에 대해 묵상하다가 얼마 전에 익사한 오리가 생각났습니다.
정애 할머니 옆에 앉아 개울에서 빨래를 점벙대며 빨고 있다가, 그때 죽은 오리 한 마리가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았죠.
그녀는 오리도 익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오리가 부지런히 방수 기름을 바르지 않으면 물에 빠져 죽는다는 정애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 자신도 정체성을 자각하지 않으면 죄에 빠질 수 있다는,
오리가 주는 깨우침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의 배신으로 고통과 슬픔의 감정을 누르며 어머니의 죄를 용서하고,
출생 비밀이 드러나도 가족을 품는 가족의 사랑이 감동적입니다.
주인공 마리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많은 자료 수집과 거제도 포로수용소와 여러 곳에 답사, 등
20년가량의 시간을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이산가족에 대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의 존재의 진실한 의미란 사랑이라 생각한다는 작가의 생각에 공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