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드팀전 >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개 같은 가을이 쳐들어 온다.

매독 같은 가을.

그리고 죽음은, 황혼 그 마비된

한 쪽 다리에 찾아온다.

 

모든 사물이 습기를 잃고

모든 길들의 경계선이 문드러진다.

레코드에 담긴 옛 가수의 목소리가 시들고

여보세요 죽선이 아니니 죽선이지 죽선아

전화선이 허공에서 수신인을 잃고

한번 떠나간 애인들은 꿈에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리고 괴어 있는 기억의 폐수가

한없이 말 오줌 냄새를 풍기는 세월의 봉놋방에서

나는 부시시 죽었다 깨어난 목소리로 묻는다.

어딘 만큼 왔나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가 될 수 있을까.

                                                                                          -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 독하게 쓴 시 아닙니까?  늦은 가을이 되면 이 시가 생각납니다.그리고 끝연 3행...부시.....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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