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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난바다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운 좋게 문학동네 소설 김멜라 작가의 <리듬 난바다>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아 읽어보았다. 책 분량이 꽤 되었다. 500쪽 중후반대!
요즘 200~300쪽 분량 정도 되는 소설만 읽어서 그런가 제대로 된 장편소설을 오랜만에 만나
끝까지 몰입해서 잘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내용이 재밌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다.
다른 리뷰 보니까 이틀 만에 읽으신 분도 계시던데 난 4일만에 읽었다.
나름 바쁜 일정이 있었고 다른 두꺼운 책인 <총균쇠>와 동시에 보는 와중인데도 4일만에
이 책을 다 읽었다는 건 내용이 재밌다는 걸 의미한다.
특별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을주(딸기 농장주 청년이고 둘희를 사랑하게 되는 사람), 둘희(욕받이 방송 팀장이자 한기연을 과거에 사랑했고 을주를 사랑하게 되는 사람) 이 둘의 내용이 중심이고 그 외에 한기연(영화감독), 권(국회의원), 강선생(욕받이 방송 직원이자 아들을 잃은 아버지), 시후(욕받이 방송 직원, 자유로운 영혼), 오티스, 채실장의 인물들도 나온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 왔다갔다 이동하는 시점, 둘희의 시점, 을주의 시점 인물간의 시점도 바뀌고 현실과 허구도 왔다갔다하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줄거리>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을주는 반려견과 함께 바닷가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둘희를 만나고 둘희에게 사랑에 빠진다. 둘희는 을주까지 힘들게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을주를 밀어내고 회피한다. 을주는 둘희에게 먼저 다가가기 위해 둘희가 운영하는 <욕받이 방송-사연이 있는 출연자가 방송에 나와 음식을 먹고 그 출연자의 사연과 인터뷰 영상을 보고 시청자들이 댓글로 온갖 욕을 하며 후원받는 방송>에 출연하게 된다.
둘희는 과거에 영화감독이었던 한기연이라는 사람에게 미친듯이 사랑에 빠지게 되고 한기연도 그런 둘희를 보고 스무살의 나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현재의 둘희는 을주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각자의 사랑이야기, 영화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혐오와 평등에 대한 법안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고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버지 이야기 등 여러 생각할 거리를 줬던 소설이다.
<인상적인 문장>
이 소설은 바다 물때(밀물과 썰물의 변화) 를 뜻하는 바다의 말로 조류의 흐름에 따라 1물~13물까지 나뉘어져 있는데 이 소설의 목차 또한 1물, 2물, ~~13물 이런 식으로 이름이 붙여져 있어서 특별함이 더해졌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한 편의 시와 같은 마음에 서정적인 물결을 주는 문장들이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p.76
을주가 좋아했던 바다의 말은 또 있었다. 난바다와 든바다 땅과 멀리 떨어진 바다는 난바다 가까운 바다는 든바다였다. 어릴 때 을주는 혼자 갯바위에 앉아 노란 햇빛을 보며 '바다바다, 해다 해다' 중얼거렸다. 저 커다란 물도 '때'가 있으니 내게도 '때'가 올 거라고 언젠가 이 외로움도 난바다처럼 멀어질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 소설을 통해 땅과 멀리 떨어진 바다가 난바다고 가까운 바다가 든바다라는 것을 새롭게 알았고 이 소설의 제목인 <리듬 난바다>의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커다란 물도 때가 있으니 내게도 때가 올 거라고 하는 문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지금도 다 지나가고 괜찮아질 때가 올 거라고 응원해 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p.189
언제라도 당신이 쓰러져 올 수 있는 아늑한 쿠션이 되어주리라. 나락인 줄 알고 절벽인 줄 알고 추락하면 내가 조밀한 풀숲이 되어 그 몸을 받아주리라. 풀잎과 풀잎의 어깨를 엮고 땅의 가슴을 끌어당겨 당신이 떨어질 절망의 깊이를 줄여 주리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란 이런 마음일까? 누군가의 아늑한 쿠션이 되어주는 것, 추락하면 누군가의 조밀한 풀숲이 되어주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p. 400 둘희가 을주에게
어떤 고통은 고통을 지속하는게 유일한 해결책이에요. 사람이 다 당신처럼 깨끗한 줄 압니까? 세상은 그렇게 단편적이지 않아.
-->고통을 지속하는게 유일한 해결책. 누군가의 고통에 대해 감히 알고 있고 이해한다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고통은 상대적이고 그의 고통을 똑같이 겪어보지 않고서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감상>
읽어야 할 책이 많아서 좀 빠르게 읽었는데 다음에 여유가 있을 때 꼭 천천히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을주와 둘희의 사랑에 대한 깊이를 한 번 더 느껴보고 싶다.
특별한 사랑 이야기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고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마음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 주었다.
누군가를 함부로 판단하고 혐오하고 차별하는 말과 행동은 절대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을주와 둘희와 오복이가 함께 바닷가에서 산책하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오래 각인될 것 같다.
여운이 느껴지는 소설이었고 아름다운 멜로디같은 문장들이 많아서 문장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글은 문학동네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주관적인 생각, 느낌을 담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