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구스타프 말러를 만나다
제목만 보면 프로이트에 관한 책같지 않은가? 프로이트에 대한, 프로이트를 위한, 프로이트에
의한 책. 책을 펼치고 차례를 보기 전까지는 나 역시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이 책에서는 정신 분석학의 시초와 그 발전에 있어서 중대한 역할을 했던 거장을 만나게 되는
데 그 거장은 프로이트만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메스머가 있었고, 코헛이 있었다.
할당된 페이지수는 프로이트가 가장 많았고, 책 제목도 프로이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시선을 끌었던 사람은 코헛이었다. 프로이트와 만나듯 헤어지고, 헤어지듯
만났던 코헛. 이 책에서 할당받은 페이지 쪽수는 프로이트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은 자료를 찾아봤던 건 역시 코헛이었다. 언제나 환자가 옳았다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일까? 공감에 대한 그의 견해가 마음을 끌었던 것일까? 어쩌면
프로이트는 너무나 익숙하고 널리 알려져 있었고, 메스머는 심리적으로 거리가 존재했었기에
코헛에 관심이 향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개인적인 포커스는 코헛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들이 만났던 인물들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제목에서 보듯이 구스타프
말러를 직접 만난다.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허탈할 정도로 잠깐이라는
느낌이었다. 친분을 다진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냥 유명한 프로이트가 그만큼 유명한
구스타프 말러를 만났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한 꼭지 분량의 에피소드였다. 그러니까
이 책에 나와있는 다른 모든 이들과의 만남과 같은 무게였다. 특별할 것도 방점을 찍을
필요도 없었다. 그랬는데 그게 제목이 되어버려서 계속 기대하고 있었나보다.
프로이트는 구스타프 말러와 친했구나, 이것이 바로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것인가...이러면서.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말러는 근심과 걱정이 많은 환자로서 프로이트를 만났던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그가 고민했던 부분에서 벗어났느냐를 묻는다면 그건 누구도 모르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 이듬해에 말러는 세상을 떠났으니까.
메스머, 프로이트, 코헛이 만났던 사람들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책이었는데, 가끔
정말 이것을 만났다고 할 수 있을까 물음표가 동실 떠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책으로
작가를 만났다...라는 경우가 있어서 말이다. 물론 책으로 작가를 만나기는 만나지만,
만나는 게 맞기는한데 뭔가 개운치 않다고 해야하나. 왠지 우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그것을 제외한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프로이트는 워낙 유명해서 잘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지만 그것 외에도 다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고, 메스머와 코헛을
알게 되었다는 데에서 모처럼 독서에서 큰 성과를 얻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세 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있었더라면, 이 책에서 얻는 게 훨씬 더 많지
않았을까 싶다. 그냥 지나치면서도 슬며시 되돌아본 페이지가 꽤 있었는데, 그 페이지들이
내가 기저 지식이 충만했더라면 달리 보였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달까.
정신분석학의 역사이자 전설과도 같은 세 사람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었고,
그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정신분석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특히 코헛에 대해서는 좀 더 알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