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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실리어 블루 존슨 지음, 신선해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소설, 동화, 그림책...내가 읽었던 그 많은 이야기들은 어떻게 작가의 머리 속에 번쩍하고
떠올랐던 것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어린 왕자, 돈키호테, 피터팬, 어린 왕자를 나는
몇 번이나 읽었을까? 셀 수도 없다. 이 책들은 어린아이였던 때부터 나와 함께였다.
이 책들은 여러 권을 가지고 있었다. 중간에 헤어지기도 했지만, 얼마가지 않아서 새로운
책을 손에 넣었다. 지금도 이 책들은 여전히 내 책장에 있다. 그리고 내가 외롭거나 쓸쓸할
때면 내 옆을 지켜준다. 스탠드에 불을 밝히고 담요나 낡은 쇼올에 몸을 둘둘 감고 이 책을
읽으면 그 어떤 불안하고 어두운 감정도 나를 흔들 순 없다. 익숙하지만 늘 새로운 그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내 마음의 무게는 둥실하고 가벼워지곤 했었다.
그런 이야기들이 어떻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는지에 대해 들려주고 있는 책이다.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는 말이다. 어찌 내 관심과 호기심의 방향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50개의 소설과 그에 얽힌 쉰 가지의 스토리. 한 권의 책에 할당된 페이지는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책들을 여러 번 반복해읽고, 그 작가에 대한 책을 찾아
읽는 걸 상당히 즐겼던 나로서는 이미 알고 있는 에피소드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 많은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건 역시나 즐겁고 신이 났었다. 잠시동안
멀리했던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괜시리 두근거리고 설레이기도 했다.
차례를 펼치고 거기에 있는 책제목을 보면 모르는 이름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의 책들이
나란하게 줄지어 있다. 그 책들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반지의 제왕에 숨겨진 한 남자의 고뇌를 만나보기도 하고, 베아트릭스 포터가 어찌하여
피터 레빗에 색을 입히게 되었는지 알아가기도 하면서, 오즈의 마법사에서 오즈는 도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찾아보면서 우리는 때때로 미소짓기도 하고 때로는 감탄하기도
하지 않을까. 작가들이 있어서, 그 작가들이 그 순간과 상황을 놓치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행방을 가늠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표하기도 하며 즐겁게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
너무나도 행복하게 읽었던 그 소설들의 숨은 이야기들은 행복하게 읽을 수 있었고, 흥미진진
하게 읽었던 그 소설들에 관련된 에피소드는 나름 심각한 자세로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작가들이 엄청난 천재이거나 대단한 재능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 순간에 그것을
발견하고 놓치지 않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었기에 그 작품들이 지금 내가 읽을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내 일상을, 내 시간을 그냥저냥 보내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 순간에 충실히 머무르고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
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삶이 이 책 속에 나오는 소설들처럼 풍성해질 것 같은 예감이 슬핏
스쳐지나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