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누구가 사기를 당하더라도 나만큼은 당하지 않을거라고 확신을 한다던지, 자신의
기억력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으로 주절주절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다던지, 남들은 몰라도
나만큼은 꽤 괜찮은 사람으로 믿고 산다던지...뭐 그런 경우 말이다. 다 착각이란다.
모두 제각각 똑똑한 맛에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긴 하지만 착각은 자유란다, 과하면 웃음
거리가 된다는 걸 이 책은 조목조목 사례를 들어서 보여준다. 게다가 착각은 단순히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게 아니라, 때로는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기도 하니 조심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옛날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더랬다. 달려오는 트럭을 바라보다 차에
치이는 등장인물. 얼른 피할 것이지 그걸 지켜보고 있냐며 혀를 차는 사람들을 보았더랬다.
그랬었는데 이 책에서 그러더라. 위기 상황에 대한 훈련이나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순간에 얼어붙게 된다고. 가까스로 정신을 챙긴 사람은 살아남지만,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고. 위기에 대처하는 스스로의 능력을 과신하는
것 역시 엄청난 착각임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런 위험한 착각도 물론 있었지만, 일상 생활에서 너무나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착각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그 책을 읽고있노라면 허탈해진다고 해야하나. 세상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제 잘난 맛에 살아가고 있구나 싶어지니까.
그리고 그런 잘난이들이 순식간에 엄청난 멍청이로 바뀌는 순간을 이 책에서 자주 목격해야
했다. 그리고 그 멍청이에서 내가 배제되느냐? 천만의 말씀이다. 그 역사적 순간에 빠질 수가
있겠는가. 이 부분에서는 다행히 빠졌다 싶으면, 그 다음 챕터에서는 포함되기를 반복하며
스스로의 똑똑하지 못한 부분들과 엄청나게 조우해야 했다. 그 과정은 그다지 기쁘지만은
않았다. 내 결정과 판단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조종되어 진 것이라는 걸 알았고,
나만큼은 거기에서 예외려나 생각했던 부분들은 다른 대부분의 사람들고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은 자의식이 너무나 강했음을, 그런 강한 자의식을 가진 게
나의 또 하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는 게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뭐, 하지만 즐거웠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나의 꼼수와 변명의 순간들을 고스란이
들여다 보게 만드는 이 페이지들을 읽으며 나 스스로가 좀 재미있어졌다. 스스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야하나. 결국은 한계가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앞으로도 무수히 실수하리라 본다. 시간이 지나면 이 책에서 읽었던 그 모든 내용들을
말끔하게 잊어버리고 또 잘난 척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에게 또 다시 속아
넘어가게 될지도. 하지만 그러다가 문득 깨닫게 되지 않을까. 나 또 이러고 있구나, 하고.
그런 순간을 발견하는 순간 웃게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진행방향에서 살짝 몸을 틀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전까지와는 다른 행동과 사고를 모색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 내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아야지. 지나치게 확신을 가지고 행동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잠깐 한 숨 돌리는 것도
앞으로 습관을 들여야 겠다. 똑똑하지는 않지만, 매번 멍청이 짓을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
이 책을 읽고나서 멍청이 짓을 좀 덜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