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셜록 홈즈와 나쓰메 소세키가 만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런 가정 하에 시마다 소지가 쓴 소설이 바로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
제목만 보고 어린이 책이 아닐까 잠깐 오해했었더랬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는데
어감에서 풍기는 느낌이 그랬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책소개글을 두루두루 살피다가 시선에
확 들어온 게 있었으니, 그건 다름이 아닌 작가의 이름이었다. 시마다 소지.
이 이름이라면 믿을 수 있다. 이 이름이라면 아동용 책이라도 기꺼이 읽겠노라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하여 읽게 된 책이었다. 물론 아동용 책은 아니었고. 영국에서 2년 동안 유학학
적이 있는 나쓰메 소세키가 만약 셜록 홈즈를 만났다면, 그리하여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일까에 초점을 두고 써내려간 글이다. 물론 나쓰메 소세키가 셜록 홈즈를 만났을
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 이 순간 이 책 속에서는 그렇다고 약속한 것이니
그냥 즐기면 되지 않을까?
나쓰메 소세키는 유학생이다.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영국에서 생활비를 쪼개가며 살고
있는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밤마다 낮은 목소리가 들리는거다. 등골이 쭈뼛 선다. 이 먼 곳
까지 와서 이런 일을 겪다니 후회마저 모락모락 생기고 있었다. 그런데 개인 교습을 받고
있던 교수가 셜록 홈즈의 존재를 알려준다. 그리하여 셜록 홈즈의 집으로 찾아간 나쓰메.
그런데 나쓰메가 만난 셜록 홈즈, 어쩐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셜록 홈즈 같지가 않다.
명민하고 냉철하고 몇 마디 말조차 나누지 않았는데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그 남자가
아니다. 거기에 셜록 홈즈라고 이름을 불리는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지 싶을 정도로
다른 인물이 명탐정의 자리에 앉아있다. 나쓰메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다르게 부르고,
나쓰메를 처음 봤을 때 추리한 걸 보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후에 알게 된다. 셜록 홈즈가
그리 된 이유는. 어쨌든 신기하게도 셜록 홈즈를 만난 그 날 밤 나쓰메를 괴롭히던 그 소리를
멈춘다. 셜록 홈즈가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그 대단함의 이유도 이후에 밝혀진다.
어찌하여 셜록 홈즈가 사건을 하나 맡게 된다. 집안에서 발견된 미라에 대한 사건이었는데,
그 사건이 중국의 주술과 관련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자문 역으로 나쓰메를 초빙한다.
중국과 일본의 차이를 모르고 있어서 그리 된 것이지만 어쨌든 나쓰메의 활약도 기대해볼만
하다. 셜록 홈즈와 왓슨의 호흡과 거기에 더해진 나쓰메의 조력은 사건을 어찌 풀어나갈
것인가...그것이 이 책의 주 내용이다. 그리고 셜록 홈즈는 왜 저리 된 것인가도 포인트라면
포인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점이 재미있었다. 똑같은 상황과 내용인데 화자가 나쓰메인 경우가 있었고, 왓슨인
때가 있었다. 그런데 화자가 달라짐에 따라 그 똑같은 상황과 내용이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지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큭큭하고 웃음이 나왔을 정도로 다르다. 그리고 왓슨이
셜록 홈즈에 대해 우호적인 서술자였음을 상기시켜준다.
유명한 두 인물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사건 해결 과정...솔직히 트릭은 금새 간파된다.
84년의 소설이다. 그 트릭을 단숨에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그동안 읽은 추리소설들에게
책망당했을게 분명하다. ‘너 다시 복습해야 겠다!’며 오늘 밤 꿈에 쫓아다닐지도...
트릭에 포커스를 둔다면 몹시 재미있게 읽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시마다 소지의
초반기의 소설을 읽고 싶다면, 나쓰메 소세키와 셜록 홈즈의 만남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점수를 준다면, 셜록 홈즈를 바보처럼 만들기는 했지만 어쨌든 시마다 소지가 셜록 홈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해낸다면 이 책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