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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알랭 드 보통 지음, 박중서 옮김 / 청미래 / 2011년 9월

 

 

알랭 드 보통의 책이다. 일단은 그 자신이 철저하게 무신론자 부모 밑에서 자랐고, 그 역시

무신론자에 가까운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대한 책을 쓴 이유는?

그는 이 책에서 종교에 등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게 되었노라 밝히고 있다. 이 책

한 권으로 그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인도 말하고 있지만, 어쨌든 종교가 가진

강점과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검토해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종교에 있어서

그 부분만큼은...그 종교가 만들어낸 인상적인 결과물과 방법론들은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제안하고 싶었던 듯 하다. 물론 단점과 반박할 여지가 충분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에 포함되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싸잡아 삭제 버튼을 눌러버리는 건 어쩌면 많은 것을

잃는 게 아닐까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종교에 대한 그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놓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그에게 종교란 이 책에 쓰여져있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달까.

그럭저럭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문제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알랭 드

보통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을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한다.

반짝였었다. 지성적으로 말이다. 그 후로 그의 책이 나오면 바로바로 읽었었다. 이 사람 책은

원서로도 몇 권 소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랬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 싶었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다. 보통씨가 바뀐 것인지, 내가 바뀐 것인지...둘 다 변한 것일지도...

그리하여 이제 그는 더 이상 나에게 반짝반짝하는 작가가 아닌 게 되어버린 듯 하다. 정말

이젠 더 이상. 이 책을 읽고나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 작가가 읽기를 갈망했던 독자층에서 내가 벗어나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된 듯 하다.

일단은 무신론자에 가깝지만, 이 책에 쓰여져 있는 종교의 강점이나 장점에 대해서까지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그들에게도 있을 수 밖에 없는 단점이나 약점까지

모두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종교에 있어서만큼은 작가와 비슷한 심리적

방향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움직였다던가 설득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저 끄덕끄덕 가끔씩 동조했고, 약간의 의견 충동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신선함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만들어진 신’이나 ‘신은 위대하지 않다’라는 책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책들은 강렬했다. 특히 ‘만들어진 신’은 몹시 흥미롭게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일까?

성격이 살짝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이 책은 밋밋하고 심심했다. 무난하고 안전했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옅은 한숨이 나왔다. 보통은 나에게 그런 작가가 아니었으니까.

보통씨를 책으로 밖에 만난 적이 없지만, 이 분 조금 시니컬한 성향이 강해진 듯 하다.

예전에도 그런 면모가 있었지만 그때는 생동감과 활력이 내재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시니컬한 보통씨. 그저 착각인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끄적끄적 적어두었던 메모지를 살펴봤는데 파스칼의 ‘팡세’를 읽어두라고

적혀있다. 보통씨의 감상평을 읽고있자니 다시금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예전에 제대로

읽어두었는지 의심스러웠던 책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꼭 봐야 겠다. 어쨌든 보통씨가 강추한

이 책을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