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기자의 야심찬 데뷔작!

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왜 ‘악당들의 섬’일까? 책이나 영화 제목을 보고 때때로 망상을 하는 편이다. 망상은 기대를

낳고, 그 기대는 넘치는 보상을 받기도 하고 실망을 자아내기도 한다.

악당들이, 진짜 나쁜 놈들이 떼로 등장하는 소설이 아닐까 했었다. 그들이 로드 아일랜드를

망쳐놓는 것이지. 그리고 주인공은 그 악당의 실체에 접근해가는거다. 일단 직업이 기자,

그러니까 기자로서의 자질을 백분 살려서 그 악당들의 정체를 캐내고 그들이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못할 정도의 정교한 덫을 만든 다음에 모두를 놀래키는거다...악당을 포함하여

일반 시민들까지. 그리고 다시 평범한 로드 아일랜드로 돌아가는거지. 이전의 모습 그대로,

그 사건은 없없던 것인양 담담하고 고요하게. 어쨌든 그런 걸 상상했었다.

그리고 그 상상의 일부는 맞았다. 하지만 매우 다른 버전이었음을 말해두고 싶다. 일단

악당들이 나오기는 한다. 그들은 작은 마을을 집중적으로 불을 지르고 다닌다. 그 목적은

돈. 돈을 위해서 집에 불을 지른다. 사람들이 죽고, 다쳐나간다. 그래도 방화는 계속된다.

경찰관은 일말의 단서도 찾아내지 못한다. 기자도 잡고 있는 감을 경찰들은 가지지 못해서

매번 헛다리. 그 사이에 범죄는 계속된다. 나중에 경찰은 이 책의 주인공 기자마저 잡아

들인다. 범죄 프로파일링에 딱 맞아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런데 이런 이유로 체포를 할 수

있는건가, 로드 아일랜드에서는? 대책없이 화재를 자꾸 발생하고, 기자의 주위 사람들

중에서 괜찮은 사람들은 그 범죄에 맥없이 타격을 입는다. 그리고 기자는 기자다움을 살라지

못하고 수사를 감행해버리고 만다. 그리고 수사에 그다지 자질이 없음이 밝혀진다. 이 사람

계속 다치거든. 갈비뼈도 넉 대나 나가고, 얼음판에 미끄러졌다고 거짓말을 해야 할 정도로

상처를 달고다닌다. 진짜 빙판에 넘어진 거 아니다. 맞아서 그런거다. 그것도 같은 사람에게.

알고보니 그 사람은 기자가 쫓고있는 사건과는 다른 사건으로 앙심을 품고 있었다.

아, 바보짓을 가끔씩 하는 기자였다. 기사를 쓰기 위해서 열심히 취재를 하던지, 아니면

여차하면 탐정업으로 전업을 하겠다는 각오로 수사를 하던지...그는 이도저도 아니다.

그래서 이도저도 아니게 사건에 얽혀있고, 사건은 계속 일어난다. 어쨌든 이 공간은 현실이

아니라 소설이 아니던가. 무리한 취재의 과정을 보여주었어도, 주인공이 택도없이 정의에

불타올라 사건 속으로 뛰어들었더라도 ‘소설이니까’라며 쿨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지나치게 현실반영적이다. 하지만 현실보다 훨씬 더 미온적이고 답답한 면모가

없잖아 있다. 왜냐면 이 소설은 현실이 아니라 소설이니까. 게다가 읽는 동안 흥미진진해서

푹 빠져있어야 하는 그런 장르가 아니던가! 아쉽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 소설의 전반에 깔려있는 기자의 생활 부분만큼은 무척 인상적이었고, 그 부분에서만큼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이 작가가 꾸려나가는 스토리는 그다지 매혹적이지 않았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랬다는 거다. 퓰리처 상은 소설로 받은 건 아니었다. 그 점을 기억하시길.

하지만 그 퓰리처 수상을 가능하게 했던 기자로서 내줄 수 있는 지식과 정보가 이 소설의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그 부분만큼은 높이 평가하고 싶었다.

이 책은 시리즈의 1권이라고 한다. 지금은 꽤 유명한 시리즈물이 되어버렸지만 1권만큼은

좀 어이없었던 소설이 있었다. 그에 비한다면 이 소설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인다.

일단 다음 권에서는 기자로서의 노하우를 한껏 살려주었으면... 그리고 스토리의 흐름이

좀 더 탄탄하고, 긴장의 정도도 높았으면...그렇다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