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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평점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보석같이 반짝이는 책을 추천받기도 하고, 때로는 그 책을
읽으면서 ‘왜 발견하지 못했을까?’ 자책하고 싶었을 정도로 멋진 부분인데 놓쳐 버렸던 걸
찾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읽어볼 책을 고르기도 한다. 별로라고 기억하는데
누군가가 애정하고 있는 책이라면 한번 더 읽어본다. 그런데 그렇게 읽은 책 중에서
여전히 별로인 건 없었다. 내가 성장한 건지, 그 책을 읽을 당시의 변덕스러운 기분 탓인지
복잡적 문제의 결합 때문인지 확실하게 알 순 없지만.
특정한 책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내 독서가 표류하고 있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고, 이 책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고 중얼거리기 위해 책에 대한 책은 지금까지 읽어왔고
앞으로 쭉 때때로 읽게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책도 그 연장선상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었다. 이제까지 읽었던 책에 대한 책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그건
이 책의 차례에서 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내가 아직 읽지 않은, 하지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많아서 나의 독서는 편협하기
짝이 없다며 자괴감에 빠져서 인터넷 서점 보관함을 대대적으로 비우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에게 거대한 지출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었으니까,
이미 읽었던 책이었으니까. 그리고 자괴감도 프리한 독서를 선물해 주었다.
이미 읽었던 책들이라서 공감하는 독서가 가능했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그 책의 그 구절을
발견하기 위해서 대굴대굴 머리를 굴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렴풋이라도 생각나지 않으면
그 책을 찾기 위해서 책장을 뒤졌다. 아, 그리고 알게 되었다. 그 책이 어디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런 기억력이 애달팠지만, 이 책의 235쪽부터를 이미 읽었기에 격앙된
슬픔을 느끼지는 않았다.
책에 대한 이야기만큼, 그 책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 책이 특별하게
의미있는 존재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은 이 책을 읽고 있는 생각 많은 누군가에게
위로를 선사하지 않을까. 생각만 많은 내가 그랬듯이.
바퀴벌레 두 마리에 얽힌 에피소드는 얼마 전에 날개가 달린 바퀴를 발견하고 말그대로
멘붕에 빠져서 이사를 도모할지 세스코를 불러야할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고, 막내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기본 원칙을 정립하는 시간을 가지게 만들었고,
주인 의식에 대한 오해를 이제야 말로 완벽하게 정리했으며, 꿈이 있는 자리를 지우고 목표를
써넣었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고민하는 것들은 나도 고민하고 있는 것들이었고, 이 책은
그런 고민에 대한 작가의 현재까지의 결론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결론들이 생각을 간략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음을,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