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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판사 교수의 스카치 위스키 - 그 전설의 고향을 찾아서
우판사 지음 / 세림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하루키의 ‘위스키 성지’를 한번 읽어볼까였다.
서문에서부터 이 책은 언급되는데, 잊을만하면 때때로 페이지 속에 등장해서 다시 한번
그 존재를 상기시킨다. 두껍기도 하고 여행 기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매번 피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해볼까 싶다. 하루키니까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스카치 위스키’라는 제목으로 대충 눈치챌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위스키의 본 고장을
다녀와서 쓴 기록문이다. 이 책에서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의 대략이라던지 위스키의 역사
같은 것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스카치 위스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고 면밀하게
알기 위해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이라면 의도한 것과 조금 다른 책을 읽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 책은 여행의 기록문이니까. 여행의 성격이 오히려 강하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개인적인,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나 일정의 서술이 없지 않아 존재해서 책을 읽는 사람으로
난감하기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그래서 어쩌라는거지?’ 싶어진다고 해야하나.
사진을 누가 찍으신 건지 모르겠지만, 심령사진 같아 보이는 사진도 실려있다. 사진의 배열도
조금 어수선하고 책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장면도 있어서 흐름을 간간이 깨어놓기도 한다.
그리고 정확한 일정은 모르겠지만, 매우 짧은 기간의 여행에서 돌아와 딱 그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쓴 것이라는 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건 정말 오해이기를 바란다.
만약에 말이다. 이 책의 내용을 직접 이야기로 들었다면 무척 재미있었을 것 같다. 책을
쓴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이야기에 살을 붙여서 살짝 샛길로 새면서
말을 이어나간다면 그 역시 유쾌하게 듣고 넘어갔을거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작가분과는
이 책으로 일면식을 했다. 그래서 이 책만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 아쉬움이 커졌다.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이유나 목적이 느긋하게 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위스키 성지를
여행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한 독서라면 여유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곳에 가는 건 아직 좀 힘들다 싶다면, 독서로 잠시 잠깐의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