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려나? 단지 조금 독특한 건 그들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
사토루는 음악가가 많은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음악을 하고 계시는 건 아니지만
외가 식구들의 대부분이 음악가인 이유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악기와 음악을 접하면서
자랐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경쟁률이 아주 센 유명한 예술 고등학교 입학 준비를
시작한다. 열심히 준비했고, 어느 정도 자신 했었기에 고등학교 입시에서 실패해 버렸을 때
사토루는 의기소침해진다. 하지만 거기에서 모든 것을 놓을 수는 없는 일, 차선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다. 그리하여 입학하게 된 학교는 센세이 대학 부속 고등학교.
용의 꼬리가 되는 대신 뱀의 머리가 되었다는 건 딱 사토루의 상황이었다. 입학을 준비했던
그 학교에 진학했더라면 사토루는 평범한 학생으로 고교생활을 보내지 않았을까.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으로 주목받지도 않았을테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도 않았을테다.
하지만 그는 입소문이 날 정도로 첼로를 잘 켜는 학생으로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각인되어
버렸고, 약간은 자만감을 가진 학생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런 사토루가 보내는 3년간이
이 2권의 책 속에 담겨있다. 음악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주인공의 특성상 클래식 이야기는
무척 자주 등장하지만, 배경지식이 전무해서 도저히 못 읽겠다 싶을 정도로 클래식을 알아야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그런 면에서 무척 친절하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클래식에 대한 부담감을 전혀 느낄 필요가 없다고 해야하나. 가끔 책을 읽으면서 듣어보고
싶은 음악이 있으면 틀어보기도 하면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는 솔직히 말하면 밋밋한 감이 없잖아 있다. 보통의 청춘소설의
경우와는 다르게 상황이라던지 주인공의 설정이 평범하다고 해야하나. 그래서인지 맹송맹송
하다는 인상도 받았고, 주인공이 벌일 수 있는 나쁜 짓이나 실수가 이 정도에서 끝나는 건가
싶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책을 거의 다 읽을 때 즈음에야 이 소설이 자전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소설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게 실제로 겪었던 일이라면...다른 무게감으로 소설이 다가왔다. 사토루가 처해있던 상황은
그 나이의 그에게 분명 가혹한 일이었고, 사토루가 어떤 이에게 했던 행동은 잔인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경험을 꽤 시간이 흘러서 담담하게 바라보는 작가가 이 소설의 이면에
존재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조금씩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