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미스터리 소설이다. 코믹 미스터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려나?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작가라는 것을 모르고
이 책을 읽었더라도 한 챕터만 보면 알게 될 것이다. 작가가 히가시가와 도쿠야라는 것을.
그 작가의 책에는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주인공들이 살짝 몸개그 경향이 있는 탐정들이라는
것이랄까. ‘뭐야, 저 녀석’이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것도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그런 점이
이 작가가 쓴 소설의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가벼운 마음으로 킥킥 웃으면서 보는 데에는
그만이다.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그 역시 이 작가만의 색깔이라고 생각하면서
쿨하게 넘어가자. 미스터리란 게 원래 좀 황당하고 교묘하게 상황이 짜여지지만, 이 작가의
경우는 그런 경향이 살짝 강한 편인데 반복해서 보다보면 빠져들게 된다. 이제 그런 부분이
없다면 무척 서운해지지 않을까? 이런 건 히가시가와 도쿠야라고 할 수 없잖아..이러면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16살의 꽃다운 소녀라고 주장하는 탐정부 부부장이다. 소년탐정이
등장하는 만화에서는 그 명탐정 주인공이 등장하면 반드시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이 탐정을
불렀는지, 그 탐정 녀석이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는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
이 책에서도 그렇다. 키리가미네 료는 이름이 웃음의 포인트였던 것 같은데, 이런 메이커
에어컨은 들어본 적도 없어서 무덤덤하기만 했다. 하기야 딤채라던지, 쿠쿠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해서 계속 이름으로 놀림받는다면 웃길 것 같긴 하다. 조금 불쌍하기도 할테고.
이 특이한 이름의 소녀는 사건을 몰고 다닌다. 이 소녀가 나타나면, 그게 수업 중이 아니라면
사건은 반드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사건에 료는 개입된다. 탐정으로 때로는 사건의 피해자로.
료는 탐정부 부부장이지만, 탐정부라는 게 딱히 무언가를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라서
그녀에게 김전일이나 코난 같은 능력치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김전일과 코난은 추리 천재라
헤매는 경우도 별로 없고, 함정에 빠지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이 친구 료는 오해도 자주 하고
착각도 자유롭게 하는 편이라 사건 속에서 허우적거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사건을
주체적으로 해결한다기 보다는 사건에 마구마구 휩쓸리다가 갑자기 번뜩 실마리는 발견하게
되는 유형이랄까. 그러니까 소년 탐정들과는 무척 다르다. 하지만 그 다름이 이 소녀의
사랑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추리력을 그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착실하게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나가고, 조력자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하나 하나 해결해나가는 면이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그 소년 탐정에게는 없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있다. 본인이 주장하는대로
16살의 미모의 소녀가 아니던가.
사건은 대체로 학교에서 일어난다. 미술실에서, 학교 뒷문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체육관 창고
에서, 등굣길에서 우연히, 때로는 친구가 얹혀살고 있는 집에서...료는 소녀다운 감성으로
사건에 접근하고 사건의 퍼즐을 맞추어서 결국은 진실에 접근해간다. 그 과정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탐정이 어설프다고 트릭까지 어설픈 건 아니다. 학창 시절에 만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위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으니, 그 역시 좋지 아니한가.
우리 모두 다 함께 방과후 미스터리의 세계로 잠시 방문해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