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책이다. 일에 대해서, 타인의 일에 대해서 그는 관찰을 했고, 그 결과물이

이 한권의 책이었다. 레몬색의 상큼한 표지로 다시 만나게 된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서...

타인의 일에 대해 다룬 책을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던 적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았었다. 물론 읽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책과는 분명 달랐었다.

대체로 직업의 세계를 다룬 책에서는 타인의 직업을 경탄하기 마련이었다. 약간의 경의를

표하면서, 멋들어지게 포장을 하기도 한다.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주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타입이곤 했었다. 진심으로 자신의 일을 좋아했고, 대체로 보람을 느끼며

신념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책을 읽을 때마다 그런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던 스스로에게 의문의 물음표를 던져대고 있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땠냐면, 스스로에게 의문의 물음표를 던지지 않아도 되었기에

무척 편안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타인의 종사하고 있는 직업의 세부

과정을 잠시라는 시간 동안 일정량의 페이지에서 접할 수 있었고, 조금은 생소한 그 세계에

신기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지만 대체로는 무덤덤하게 그 직업을 대할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영웅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직업 종사자도 없었다는 점만큼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제 3자적인 입장에서 그 직업의 세계를 관찰하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을

또 다시 그 영역 밖에서 관찰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독서 활동이 꽤 흡족했다.

직업 세계를 관찰하고 있는 보통, 그리고 그 보통을 관찰하고 있는 나!

화물선, 물류, 비스킷 공장, 직업 상담, 로켓 과학, 그림, 송전과학, 회계, 창업자 정신,

항공사업...이게 보통이 관찰한 10가지의 직업이었다. 그리고 그 관찰기록을 읽으면서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던 것 같다.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는 일의 세계란 어쩐지 약간은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읽어보기 전에는 관심은 물론이고 존재에 대한 각성

마저 없었던 일, 그리고 여전히 그 범위에 남아있는 수많은 일들을 떠올랐으니까.

알랭 드 보통은 내가 참 좋아했었던 작가였다. 신간이 나오면 꼭꼭 챙겨읽었던...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을 쓰기 위해서 코르크가 발린 방에서 틀어박혔던 병약한 소설가와

여러 철학자들에 대해 다루었던 그 책을 특히 좋아했었고, 가끔 실체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이려고 할 때면 펼쳐드는 책도 그가 쓴 책이었다. 그랬었는데 말이다. 지금은 그와

조금은 격조하게 지내고 있다. 신간이 나왔어도 그러려니, 그의 책의 행방이 묘연한데도

누구한테 빌려주었는지 선물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참 오랜만에 읽는 그의

책이었다. 반가웠고, 반가웠지만...어쩐지 나에게는 보통이 추억 속에서 아름다운 작가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확신이 이 책을 덮을 때 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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