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러브 - 나를 사랑하는 시간
도미니크 브라우닝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슬로 러브라는 제목 때문에 잔잔하고 평온한 장면을 이 책에서 찾고 있다면...

어쩌면 못 찾을지도 모른다. 못 찾는다기 보다는 찾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할까.

이 책의 작가는 실직을 당했다. 워커홀릭이었고 일에서 자부심을 찾았으며 싱글여성으로

당당하고 활기차게 살 수 있었던 것도 일에서 약간은 빚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한 순간에 자신이 모든 것을 걸고 열심히 만들고 있던 잡지가 폐간되었고, 갑작스럽게

실직자가 되었다. 이제 시간은 남아돌았고, 온전한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

속으로 그녀는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일에서 다소간의 위기가 찾아왔더라도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서 든든하게

지지해주고 있었다면 그녀는 이 책을 쓸 일은 없지 않았을까. 안타깝게도 그 즈음에

사랑에도 실패하고 만 듯 하다. 나쁜 남자의 전형으로 보이는 그 남자, 인간적으로

나쁘지 않을지언정 사랑하는 남자로 선택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빠져있었고, 그 콩깍지는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와 결별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그와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고 마음 먹은 것.

그녀는 오로지 혼자였다. 아들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서 떠나갔고, 그녀는 덩그라니

집에 남아있다. 그 집에서 자신과 마주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 책은 그 시간들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그녀는 중요한 것들을

발견한다. 실직하지 않았더라면, 사랑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결코 눈에 띄지 않았을

것들이지만...찾아내지 못했다면 무척 섭섭했을 그 어떤 것들을 하나 둘씩 찾아낸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더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고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 과정을 읽고 있자면 삶에서 정말 중요한 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지금 중요한 것에 마음을 쏟고 있는지, 무의미한 일들에 시간을 쏟아붓느라 정작 꼭

필요한 일에 쓸 시간은 빠듯하지 않았는지...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보고 있는지,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는지...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다. 나를 어떻게 잘

대해 줄 수 있을지, 정말 내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할 사람과 대상에 대해서 소홀하지

않았었는지...그런 의미에서 반성과 다소간의 깨우침을 얻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겁거나 진중한 그런 책은 아니다. 책 자체는 작가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처럼 재미있었고 독특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자신을 좀 더 솔직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던져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