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이국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문장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이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퐁당 빠져들고 만다. 5개의 단편을 모은 책인가 했었는데,

마지막 소설을 읽으면서 그 단편들이 서로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하나로 이어진 이야기 같으면서도, 각자의 독립된 공간을 가진 5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그 장면의 풍경이 상상이 되곤 한다. 소설 속의 그 공간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려지는 그 묘사가 이 책의 숨길 수 없는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그리고 그 매력 포인트가 그려내고 있는 공간 역시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실려있는 각 단편의 공간적 배경은 같은 곳이 아니다.

아니 그걸 넘어서서 완벽하게 다른 곳이다. 사막, 하얀 풍차가 있는 언덕,

러시아의 교회, 때로는 아마존의 어딘가...세계적인 장소 이동을 거치고 있는 이 소설을

읽다보면 신비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어딘가에 소설 속의 그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고 있어도 놀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미스터리로서 이 소설은 뜬금없다. 이 소설을 미스터리라고 불러도 되려나 살짝 의아해지기도

한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해보았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긴장하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분명 긴장해야 할 타이밍이고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범인을 찾아서 페이지를 넘기고 문장을 두리번거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순간이 없었다. 오히려 아주 차분하게 그 소설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조용하게 작가의 문장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지

담담하게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범인이 밝혀져도 크게 놀라지 않았고,

사건의 트릭이 마침내 풀렸을 때에도 그저 덤덤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분하게 소설을

읽고 있었다. 이 소설의 미스터리 측면보다 신비하면서 묘한 느낌이 드는 스토리와

머나먼 꿈 속에서 등장할 것 같은 공간들에 더 포커스를 맞춰서 읽은 탓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니까 조금 특별한 미스터리라는 말을 하고 싶은거다. 미스터리라면 떠오르는

그런 상투화된 이미지에서 한 걸음 벗어나고 있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무척 인상깊게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작가인 시자키 유의 이름과 소설은 낯설었다. 하지만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그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둘려줄 것인지, 그 이야기 속에는 또 어떤 마법이 숨어있어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매혹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기대해도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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