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한 달 살기
김상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여기에서 당분간 살아보고 싶어라는 느낌이 되는 곳을 만나는 건 무척 어렵다. 그리고 그런

장소를 기적적으로 만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하는 건 몇 곱절은 힘들 것이다.

지금 스스로가 속해있는 공간과 시간에서의 삶은 잠시 정지시켜야 할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장소와 조우했을 때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이 책은 지속적으로 들게 한다. 여행자가 아니라 생활자로서 바라보는 그 장소는

분명 다른 질감과 색감을 보여줄테니까. 휙 스쳐지나갔을 때 보지 못했던 그 어떤 것들을

발견하게 해줄테니까. 생활가가 되어볼만한 가치는 넘치고도 남았다.

예전에는 멋진 곳을 발견하면 한 달만 여기에서 살아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렸었는데,

이제는 한 달로는 부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베니스에서 한 달 동안 체류하는 동안의 감상들이 적혀있는데, 한 달이 채워지면서

페이지 속의 문장 속에서 아쉬움을 읽게 되었으니까. 한 달이 지난 후에 그 도시를 떠난다면

무척 쓸쓸한 기분이 되고 말 것이라는 걸 경험해보지 않았음에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제는 마음에 드는 도시를 만났다면 최소 3달은 살아보자고 마음 먹게 된다.

베니스의 곳곳이 따뜻한 감성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금 당장 베니스에 가더라도 맛있는 걸

찾아먹고, 기분 좋게 산책을 하고, 꼼꼼하게 쇼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베니스에서의 생활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냥 가버릴까?’라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던 것 같다. 베니스는 아니고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그 장소로 말이다. 기간은 한 달이 아니다. 한 달 그 이상.

현재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 잠시 벗어나서 모든 것을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어떤 곳에서

생활하게 된다는 것에 대한 로망에 폴폴 부채질을 하는 책이었고, 이 책을 읽으면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매일이 이전보다 설레고 즐거워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