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하는 날
최인석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우선 제목에 연애라는 단어가 들어있다고 해서 달콤 쌉싸름한 연애 소설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하긴 연애가 나오긴 하니까, 연애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즐겁고 가볍고 밝은 연애는 아니라는거다. 해피엔딩 따위는 바라지도 마시길.

이 소설에는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각자의 할당량만큼의 불행과 상처를

짊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연애를 시작했을 때 일어날 수 있음직한 시간과 사건들을

이 소설을 통해서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연애가 아름답게 느껴지지도,

갈망해야 하는 대상으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의 연애는 정말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지고, 그 누군가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어쩐지 소설 속의 연애의 모습에서 현실감을 느끼게 된다고 해야할까.

주인공은 일단 장우와 수진이 아닐까 한다. 어린 시절에 같은 동네에 살았던, 이전까지는

그 존재조차 잃고 있었던 수진을 그녀의 결혼식에서 장우는 다시 만나게 된다.

너무나도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장우는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리하여

그들의 연애는 시작된다. 두 명의 아이를 기르고 있으며, 결혼식 날에 그렇게 맑은 웃음을

지었던 수진은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고 있는 듯 하다. 확신은 없어 보이지만.

그들의 만남은 위태로워 보인다.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정확하지 않고, 가볍게 연애라고도

부를 수 없는 그들의 관계는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조금씩 조금씩 부서져간다. 그리고

마침내 파괴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 연애는 흔적도 남지 않고 흩어져버린다.

이 소설에는 그들의 연애만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다른 인물들도 나름의 연애라는 것을

진행시키고, 그들의 연애 역시 그다지 순탄하지만은 않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절묘한 거리에서 서로와 연결되어 있고, 그러면서 또다른 이야기가 이어져나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어느 순간에 스르르 빠져들어간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말이다.

딱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만은 아닌데, 어쩐지 그들에게 적대감은 생기지

않는다. 그들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지니까.

마지막 페이지를 탁 덮고나서 코미디 영화를 찾아 봤다.

어쩐지 쓸쓸해지는 기분을 희석시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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