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코양이 참 부럽군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ㅣ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1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재벌가의 아가씨가 형사가 되다?!

상황 자체는 무척 황당하다. 이제 형사가 된 지 얼마되지 않은 레이코가 재벌 2세 라는 점.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으며, 집에서는 자질구레한 시중을

들어주는 집사가 있다. 물론 입고 다니는 옷과 소지품은 모두 명품이지만, 직장에서는

폭탄세일에서 운좋게 산 것이라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늘어놓고 다니는 중이다.

‘아...! 부럽다’라고 생각한 건 나뿐이던가.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해서 일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걸까. 레이코와 같은 상황이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재벌가의 아가씨이기 이전에 형사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레이코는 정작 직장에서는

재능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숨은 재능을 갖고 있는 이는

집사 가게야마. 아가씨에게 멍청하다고 매번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레이코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훌륭한 조력자가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력자라기 보다는...보호자가 되려나?

정작 사건을 모두 해결하는 건 가게야마이니까 말이다.

트릭이나 사건의 구성은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기발하다거나, 페이지를 다시 넘겨볼 정도로

놀랍지는 않다. 다만 여기저기 산재하고 있는 깨알같은 유머가 재미있기는 하다.

그러니까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지만, 미스터리 소설로서는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별다른 기대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시간여유가 있을 때 넘겨보기에는 꽤

좋은 책이다. 그 점만 유의한다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 나도 집사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레이코양이 참 부러워지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