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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혹은 여행처럼 - 인생이 여행에게 배워야 할 것들
정혜윤 지음 / 난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여행, 혹은 여행처럼’이라는 제목만 보고 여행 에세이라고만 짐작했었다.
그리고 몇 페이지 읽지 않아서 내가 생각했던 그런 여행 에세이는 아닌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 책이 별로였냐고 묻는다면, 그것만큼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건 결코 아니었다고 말이다. 오색빛깔 감동이나 감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볼만한
여행명소는 어떤 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여행만큼은 이 책 속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고 그 여행이야 말로 이 책을 인상깊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는 아니지만 분명 여행에 대한 책이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인터뷰 부분이었다.
너무 무겁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인터뷰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서 누군가 이 책이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인터뷰들이 기억이 남는다고
대답하게 될 것 같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는다는 건
그 이야기를 통해서 내가 제대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가 돌아보게 되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는 것. 누군가의 삶을 일부분이지만 들여다본다는 건 내 삶, 내 시간을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것 같다. 인터뷰들을 읽으며 스스로에 대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여행자가 되고 싶어졌다. 지금 여기에 머물러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건 무척 무료하고 스스로에게 미안해야 할 행동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매일 어영부영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 속에서도 여행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겠다 다짐하면서, 어떤 여행자가 되면 내가 행복해질까 궁리해본다.
당장 짐을 싸서 떠나야 한다고 부추기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분명 여행자가
되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어떤 여행자가 되어야 할까 고민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