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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요정
김한민 글.그림 / 세미콜론 / 2011년 6월
평점 :
소설이라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보면 동화같기도 하고 그림책 같기도 하다.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요정이 나온다. 요정이 무얼 먹고 사는지
어디에서 살아가는지, 어떻게 태어나는지, 견디지 못하는 건 어떤 것인지...
도 이 책에서 설명해두고 있다. 그리고 자신을 요정이라고 믿고 있고, 아버지에게서
요정 인증까지 받은 송이라는 아이가 있다. 아버지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대체로 연구라는 걸 하고 있는데, 그 연구 과제 중 하나가 요정학이었다.
그러다보니 송이 역시 요정에 대해서 일반인보다 풍부한 상식을 가지고 있으며,
요정과 관련된 일을 소일거리로 삼고 있다.
엄마는 어디에 있는지, 자신은 누구인지에 대해 공간이 엄마이고, 너는 요정이라는
믿기 어려운 아버지의 대답에도 수긍하는 송이, 페이지를 펼치면 그 아이와 함께
요정을 찾아 나설 수 있으리라.
이 책을 읽다보면 페이지 속의 상황들 속에서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시를 읽은 게 언제였더라, 우리 동네는 또 언제 이렇게 바뀐거지,
이 근처에 맛있는 커피 가게가 있었는데 사라졌구나, 팅커벨 이후로 요정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걸까...
그리고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냥 손을 잡아달라는,
딴 얘길 하면서 같이 걸어달라는 말이 꽤 의미있게 다가왔다.
모든 게 사라져버렸을까봐, 그 모든 게 없던 게 되어버릴까봐 모퉁이를 돌기를
무서워하는 그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 살포시 손을 잡아주고 싶었고, 말재주는 없지만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어졌다. 그러면 나 역시 덜 무서워질 것 같으니까 말이다. 모퉁이를 앞두고
거기에 있으리라 믿었던 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리라는 상상을 하지 않아도 될테니까.
짧은 이야기였고, 그만큼 적은 시간이 걸려서 읽은 책이었지만 어떤 한 페이지에
있던 그 문장을 때때로 떠올리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 되면 이 책과 요정과
송이도 생각하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