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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 - 기분 좋은 내추럴 생활 소품 만들기 ㅣ 행복한 손놀이
김미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앞치마가 필요해서 구입했더랬다.
그리고 예쁘다 싶으면 가격이 모나고, 가격이 착하다 싶으면 물건이 마음에 차지 않는...
이 익숙하다못해 진부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리고 적당히 타협했다.
적당히 마음에 들고, 가격도 적당하다 싶은 녀석으로 낙점.
적당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돈이 아주 많거나 손재주가 좋고 부지런해야 하지 않을까?
앞치마를 구입하며 그 사실을 또 한번 인식해야 했다. 그리고 현재의 내 위치를 살펴본다.
돈도 없고, 손재주도 없고 예쁜 천을 구하러 다니고 천조각을 자르고 이을만큼
부지런하지도 않은 것 같다. 에효~하고 한숨이 저절로 나왔지만 장바구니가 필요하고,
홍차를 엎지른 티매트는 얼룩덜룩하고, 필요할 때 찾으면 없으면서 잘랑대는 동전들은
신경쓰이고 있었다. 그 외에도 기타등등 필요한 건 잔뜩...
그걸 몽땅 장바구니에 담아봤다. 그리고 결심했다. 손재주가 좋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기로 말이다!
그리고 펼치게 된 책이 '리넨이 있는 바느질 살롱'이었다.
따스한 표지도 마음에 들고, 함께 온 작은 나무 단추들도 너무 귀여웠다.
어쩐지 일이 잘 풀릴 것 같다. 누가 알겠는가? 이 책을 만나서 사실은 나에게
숨은 손재주가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될지...!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손바느질에 대한 책을 몇 권인가 가지고 있다.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두리번거려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책장에 꽂혀있는 것만 다섯 권.
옷 만들기 책도 있어서 깜짝 놀랐다. 무슨 생각을 하고 이 책을 산 것인지 의문이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책들을 활용하지 못했음을 고백해야 한다. 똑같은 이유와 과정을 거쳐서
핸드 메이드 소품을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그때마다 책을 샀더랬다.
그리고 책은 얼마지나지 않아 책장으로 향했고, 소품은 그후로 얼마지나지 않아 배송 받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여러가지 천들이며, 바느질할 때 쓰이는 자질구레한 도구들을 구입했더랬다.
참, 무모한 도전도 끝없이하는 녀석이구 싶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랬었다. 이전에는 그랬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까 ...
이 책을 펼쳐보면서 이전에 구입했던 책들과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구입했던 책들에게서 왜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는지, 이내 책장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눈치챌 수 있었다. 그 책들에는 내가 원하는 소품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 훨씬 대단한 그리고 어려워 보이는 소품 만들기가 주를 이루었었고,
그걸 보다가 왠지 기가 죽고 의욕도 사라져버렸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전혀 달랐다. 우선 책 속에서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고 있는
소품들이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것들이었다.
홍차를 자주 마시는데, 그러다보면 티매트와 티코지가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 녀석들 상당히 몸값이 높다. 찻물이 들까봐 못 쓰게 될 정도로 도도한 가격을 자랑하는데,
그래서 못 쓴다. 찻물이라도 떨어지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세탁하고 말리고 다리고...
홍차를 맛있게 마시겠다는건지 티매트 시중을 들겠다는 건지 이제 나도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질 때 즈음에 티매트를 쓰지 않게 된다.
고이고이 접어서 서랍 속에 모셔두었다.
언젠가 써야지...언젠가 이 티매트 가격에 쿨해질 수 있을 때 이걸 쓸거야...라며.
마음껏 자유롭게, 홍차를 왕창 쏟아도 미소지으며 찻잔에 따른 차를 다 마실 수 있을만큼
소박하고 정이 가는 티매트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건 만들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짤그랑거리는 동전, 필요할 때는 찾을 수가 없는 그 동전들을 넣어둘 주머니도
필요했다.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던데, 하루 이틀 지나다보니 동전 주머니가 필요했다는
사실까지고 잊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요즘도 가방에서 짤그랑 짤그랑
동전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제는 동전들의 노래소리를 조금 낮춰주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북커버...밖에 나갈 때 책을 자주 아니 항상 가지고 나가기도 하고,
지하철 안에서는 대체로 책을 읽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북커버가 필요했다.
그런데 책이 한가지 사이즈가 아니다보니 북커버를 고르는 게 애매했었다.
사이즈별로 몽땅 구입할 수도 없는거고 말이다. 그것 역시 만들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평소에 필요로 했고 조만간 사려고 버르고 있는 많은 상품들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티타임에 필요한 소품들, 여름 외에는 쭉 쓰고 있는 룸슈즈, 여러가지 사이즈의 파우치,
얼마 전에 구입했던 카드 지갑...
진작 이 책을 봤더라면 사지 않았고 잠시 머뭇거렸을 게 분명한 소품들이 잔뜩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을 보면서 이전의 구입했던 책들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친숙함을 느꼈다.
내가 필요한 소품들에 대한 책을 골랐어야 했었구나 뒤늦게 느꼈다.
그런데 찾아보면 잘 없다. 내가 필요한 소품들만 소개한 책들...
마치 과자 선물 상자처럼, 맛있는 과자를 먹기 위해서는 맛 없고 마음에 안 드는 과자를
참아내야 하는 것처럼 책도 당연히 그러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까
좀 더 찾아볼 걸 그랬다 싶었다. 내가 원하는 소품들이 주를 이루는, 그래서 자주 책을 들춰보고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드는 그런 책을 좀 열심히 찾아봤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그에 가까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이 책의 좋은 점 또 하나. 패턴이었다. 룸슈즈의 패턴, 사이즈에 따라서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슈즈의 패턴이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책에서는 한가지였다.
그래서 조금 불만스러웠다. 모든 사람이 저 발 크기는 아닌데라며...
그런데 이 책에는 사이즈별로 맞게 패턴을 그릴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작지만 세심한 배려에 이 책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것 같다.
리넨 사러가야 겠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천을 사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소품을 만들어야 겠다.
이제 적당히와 타협하지 않으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