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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100배 즐기기 - 싱가포르 10개 지역. 빈탄 섬. 바탐 섬 ㅣ 100배 즐기기
허유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건 참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난 다녀왔던 여행지를 되돌아볼 때
거기에서 먹었던 음식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거기 어땠어?'라는 질문에
참 맛있게 먹었던 음식과 가게들을 주절주절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며
아차 싶기도 했던 게 여러번. 어쩌겠는가. 그게 나의 여행을 기억하는 스타일인 것을.
그나마 맛있는 먹거리를 들고 돌아다녔던 공간들도 그 음식과 함께 떠오르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결국은 여행지에서도 먹는 게 남는거다, 사진보다 먹는 게 더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을 갖고 있어서인지 엥겔지수는 어디에 가든지 높아서
가끔은 약간의 좌절과 의기소침에 휘말린 상태가 되지만,
그렇다고 후회 따위는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싱가포르 100배 즐기기'는 맛있는 가게들의 소개로 가득했다.
별천지같은 여행책이라고나 할까.
요즘 새삼스럽게 스스로에게 야식 금지령을 내리고 있었는데,
잠들기 전에 이 책을 뒤적거렸더랬다. 그리고 결국에는 허기에 참지 못하고 부스스 일어나서
여행 정보를 알아봤더랬다. 지금 계획 중인 여행 계획에 싱가포르를 더하면
어떤 경로가 될런지, 거기에서 무엇을 먹어야 하며, 어디에 가면 좋을 것인지를
맹렬하게 찾아보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졌더라. 그리고 아주 이른 아침을 먹었더랬다.
맛있는 가게들을 잔뜩 구경했으면서, 한밤에 주섬주섬 야식을 챙겨먹지 않았던 건
이 책이 기본적으로 여행책이라서 여행 쪽으로 관심의 방향을 틀어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미식여행을 위한 것인 듯이한 느낌을 줄 정도로 음식점과 먹거리 소개로 가득차 있다.
배가 고프거나 다이어트 중에 보고 있노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싱가포르로 슝~하고
날아가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한 달 쯤, 아니 두 달 정도 머물면서
하루 다섯 끼의 식사를 하고 세 번의 디저트를 맛보고 싶은 바람을 간절하게 가지게 된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맛집이나 꼭 먹어 보아야 할 음식 소개가 큰 장점이고
마음에 꼭 들었지만 그렇다고 이 책에 먹거리 소개만 되어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싱가포르 여행을 위한 팁이라던지 알짜 정보 같은 것들도 많이 수록하고 있으며,
볼 거리라던지 쇼핑할 수 있는 곳을 골고루 소개하고 있다.
숙소정보라던지, 놓치기 쉽지만 깜빡 해버린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콕콕 꼬집어주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런 정보들이 여행을 마구잡이로
흔들어 놓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여행을 하는 데 일조하는 것만은 분명하니까.
이 책 한 권이면 정말이지 행복하게 싱가포르를 100배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을 먹고 조금 돌아다니다가 점심 먹고 쇼핑 잠깐 하고 간식 먹고 쉬다가
저녁을 먹는 게 여행의 주요 동선이자 패턴인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싱가포르를 무척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여행을 지르고 싶어지게 만든다고 해야할까. 그런 점에서 통장잔고에 조금 많이 위협을
할 수 있는 책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