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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홈
황시운 지음 / 창비 / 2011년 5월
평점 :
'컴백홈'이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지 않던가. 그가 만들었던 그 노래는 뉴스에서까지
나올만큼 파급효과가 컸었고,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에 마침내 소설의 제목으로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의 제목이 그의 노래라는 것으로 눈치챌 수 있으려나.
서태지는 이 소설에서 상당한 비중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단 한 장면에도 출연하지 않음에도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인물로 말이다.
마치 '슈팅 라이크 베컴에서'의 베컴처럼.
이 소설의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여고생이다.
이제까지 날씬했던 적은 없었던 걸로 보인다.
그 이유로 학교라는 정글에서 내내 혹독한 따돌림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그 아이의 유일한 친구는 대외적으로는 그녀를 두들겨 패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른 사람이 때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직접 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친구,
차라리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그녀에게 폭행을 당하는 게 낫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주인공의
이해관계가 일치했으니까.
자잘한 거짓말로 엄마한테 돈을 타내고, 집 안에 숨겨져 있는 엄마의 비상금을 덜어내며
일정한 금액을 상납하고 있지만 그들의 폭력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살을 뺀다면 그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하여 거식증을 목표로 엄격한 생활수칙을 지켜나가기 시작한다.
엄청나고 고단한 수칙들의 나열을 지키면서 체중을 줄여나가면 상황을 달라질 수 있을까.
서태지와 엄청난 인연을 갖고 있다며 언젠가 그와 함께 달로 가겠다는 소망을 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의 이름을 소설을 읽고나서 한참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그녀는 이름으로 불린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이 책에서 알려주는 순간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게 조금은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주인공에 대해 제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구나 싶어서 말이다.
그렇게 관심에서 벗어나 있는 소녀였다.
부모에게 살뜰한 애정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떤 타인들은 냉정하고 잔인하게
그녀를 대했다. 그리고 그 상황 속에서 서태지와 함께 달로 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읽다보면 몹시 우울해진다. 가볍게 가볍게 말하면 말할수록 더욱 서글퍼지는 분위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었다. 달의 뒷편, 그녀가 꿈꾸는 달의 뒷편을 과연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그곳에 과연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초조해하며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달의 뒷편은 도대체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게 될지도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서 발견하게 되는 희망의 모습은 너무나도 조그마하고 존재감이 희미해서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약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책의 표지를 보면
쓸쓸해지곤 한다. 내가 이 책에 숨어있는 희망을 찾아내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정말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다.
전자이기를 바라면서 페이지를 쓱쓱 다시 한번 빠르게 넘겨봤지만 긍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막연한 것들을 발견해내지는 못했다.
한참인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찾아보면 발견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