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어바웃 브레드 - 기본부터 잡아주는 홈베이킹 교과서
이성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오븐을 사고 제일 처음으로 구워 본 게 식빵이었다. 그때의 나는 참으로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알고 있다. 베이킹의 첫걸음을 빵으로 시작하는 것은  

구구단을 간신히 외운 아이가 인수분해에 도전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막 베이킹을 시작했다면 쿠키나 머핀, 브라우니같은 실패 확률이 극도로 낮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품목을 선택했어야 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고, 베이킹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것을 몰랐고, 내리 3번을 화려하게 실패했다. 빵이 되려고 했던  

세 덩어리의 결과물을 얼마나 고민스럽게 바라봤는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먹을 것을 버려야 한다는 데에서 오는 죄책감과 불편함도 아직까지 또렷하다.  

그래서 빵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지만 먹으려고 시도를 했었다. 구워도 보고, 프렌치 토스트도

만들어 봤었다. 최종적으로 빵가루까지 만들어 보았으나 결국은 먹을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리하여 이 결과물들은 빵도 아니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었다.  

한동안 좌절해서 풀 죽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오기에 불타 올랐다.  

자연스럽게 나의 베이킹 첫페이지는 분노의 반죽하기와 오기의 발효로 장식되고 말았다.

우선 세 번의 도전에서 내가 했던 모든 행동과 과정을 재검토하고 철저하게 배제시켰다.  

그동안 내가 했던 건 다 쓸데없는 거라 치고, 재료까지 다시 구입했다.  

또 책을 따르려고 노력했다. 쉼표나 마침표까지 주의해가면서 정독을 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탁월하게도 손반죽을 포기했다. 창고 어딘가에서 방치되어 있던 반죽기를 찾아냈다.  

반죽기를 찾아내서 이제는 빵을 만들 수 있는 건가 싶어 기뻐했지만 부품이 부족한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또다시 부품을 주문하고 배송받는 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기계와 책의 힘을 빌려서 식빵을 만들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더라도 '식빵이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정체성 면에서는 혼란을 주지 않을 녀석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식빵을 만들기까지의 쏟아부었지만 내버려져야 했던 재료와 시간들, 실패를 거듭하며  

맛봤던 좌절감과 의기소침의 순간들을 고려해봤을 때 정말이지 비싼 식빵이지만,  

맛은 그저그랬던 식빵이 탄생했다. 사 먹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나서는 빵을 자주는 굽지 않게 되었다. 반죽이 발효되서 부풀어 오르는 과정은 너무나도  

신기하고 그걸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음까지 폭신폭신해지지만... 

빵은 만들어 먹는 것보다 사 먹는 게 훨씬 편했다. 정말이지 그랬었다. 이제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맛있고 건강한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매일 밥처럼 먹을 수 있는 빵을 구한는 게 너무나도 어려웠다. 속이 편하고 개운하고 힘이 나는  

그런 음식으로서 빵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오히려 만들어 먹는 게 더  

쉬우려나라는 생각이 반짝하고 들었었다. 그 다음부터 우리밀로 만드는 베이킹에 급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참에 만나게 된 책이 '올 어바웃 브레드'였다.  

우리밀로 만드는 빵, 매일 밥으로 먹어도 좋을 빵, 하루에 모두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집에서 소량으로 구울 수 있는 빵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조건에 딱 맞는 베이킹 북을 만날 수 있어서 운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우리밀을 사용하고, 버터 대신 포도씨유를 사용해서 건강한 주식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빵 레시피들이 이 책에는 가득하다. 베이직 브레드, 통밀 브레드, 심플 브레드,  

노니드 브레드, 스위트 브레드, 퀵 브레드로 크게 분류되고 각 파트마다 세부적으로  

빵 레시피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다채로워서 보였다.  

파트별로 돌아가며 하나씩 구워낸다면 만드는 재미까지 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매번 새로운 빵을 먹는다는 기분도 들겠다 싶기도 하고 말이다.  

이 책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홈베이킹 기본 다지기'파트였다. 일반적인 베이킹 책들도 

책을 시작하는 부분에는 사용되는 재료라던가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빵 만들기 상식을  

알려주는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솔직히 이제까지는 대충 보고 넘겼었다.

한 두 번 재빠르게 읽어본다...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할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의례적으로 시작 부분에 존재한는 페이지들이라는  

느낌이어서 그랬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조금 자세하게  

씌여져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평소처럼 설렁설렁 읽어내리다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랴부랴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교적 자세하고  

내용적으로도 알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첫 베이킹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리 3번 실패하지 않을텐데라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이 파트를 읽으며 그동안 내가 대충 빵을 만들었었다는 걸 깨달았다.  

기계적으로 계량을 했고, 반죽기를 돌렸고, 발효가 이만하면 됐다 싶으면 오븐에 적당히  

넣어서 구웠다. 수분이나 온도 같은 걸 섬세하게 신경쓰지 못했었다.

빵을 만드는데에도 배려란 게 필요하구 싶었다. 그리고 신경써주는 만큼 맛있는 빵이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빵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을 읽고나서 당장 빵을 만들어 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재료가 부족했다.  

이스트도 떨어졌고,통밀가루와 오트밀도 사야했고, 관심이 가는 재료들도 몇몇 생겨서  

우선 쇼핑을 했다. 이제 택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재료가 갖춰지면 당장 이런저런 빵을  

만들어 봐야겠다. 어쩐일인지 예전보다 훨씬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그 자신감이 사라지기 전에 재료가 도착하면 얼른

빵을 구워봐야 겠다. 택배를 기다리며 제일 먼저 무슨 빵을 구워볼까 고민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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