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 혼자 올 수 있니
이석주 사진, 강성은 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홋카이도 겨울 풍경이 조용하게 담겨있다. 흐날리는 눈발과 소복하게 쌓인 눈을 찍은 사진이
대부분여서일지 모르겠지만, 책 속에는 그 어떤 소란스러움이나 작은 바스락거림도 없었다.
눈은 정말 소리를 흡수하나보다 이 책 속의 사진들을 보며 생각했다. 그런 정적 속에
놓여져있는 홋카이도의 풍경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눈에 폭 쌓인 마을, 집 앞을 담담하게 지키고 있는 눈사람, 눈이 내리는 바다,
눈발 사이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기차, 저녁무렵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
눈이 풍요롭게 내리는 지역에서만이 가능한 정경들이 페이지 가득하게 펼쳐져 있다.
눈이 차갑다는 걸 알고 있지만 왜 눈을 보면 포근하게 느끼는지 모르겠다.
서걱거리는 차가움이 손 끝의 통각을 자극하기 전까지는 눈이 차갑다는 걸 전혀
기억해내지 못한다. 더욱이 사진 속의 눈은 실제로 만질수도 없어서인지 도무지
차가워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눈 사진을 보며 차갑다거나 춥다는 인상은
조금도 받지 못했다. 다만 먹먹한 기분이 들 정도로 풍경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겨울의 홋카이도는 반드시 가봐야 겠다 싶었다. 가보고 싶어졌다가
더 정확할 것이다. 고개를 돌려 시선이 닿는 어떤 곳에도 소복하게 눈이 덮힌 그런 공간을
걸어보고 싶어졌다. 하나의 색으로 변모해버린 공간을 성큼성큼 걷는다면
서늘한 눈의 감각으로 자신과 냉정하게 마주볼 수 있을것만 같았다.
영화 '레브레터'에서처럼 설산을 향해서 독백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고,
그냥 그런 공간 속에서 마음껏 걷고 두리번거리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싶어지니까 특별히 어떤 것을 발견해내지 못해도 스스로를 마주할 수 없어도
눈길을 걸어보고 싶어진다. 방수가 잘 되는 신발을 신고 평소보다 긴 산책을 해보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어떤 기분에 빠지게 될지가 약간은 궁금해진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보낸 시간들이 나를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 인간으로 만들지가
약간은 기대된다. 겨울과 눈을 혐오하게 되는 인간이 되어버릴 확률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추위에 그다지 강하지 않으면서도 홋카이도의 겨울에 걸어들어가고 싶을만큼 멋진 사진들이
많았다. 그런데 가끔 사진 속의 풍경이 쓸쓸해 보이기도 한다. 차분함과 고요함에 싸여있는
장면들이 간간이 슬퍼보였다. 어쩌면 사진작가의 이야기를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만약에 그런 사실을 몰랐더라면 그 사진들을 보며 이런 저런 감정을
건져올리지 않았을까. 그건 이제와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사진과 함께 실려있는 글을 읽으며 약간 가라앉은 기분이
되었을 것 같다. 때때로 몹시 쓸쓸한 분위기의 글이 사진 옆 페이지에 자리잡고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