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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길고양이 ㅣ 행복한 길고양이 1
종이우산 글.사진 / 북폴리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오기 시작하면 자주 보이던 그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얼 먹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장마비가 세차게 내리거나 태풍에 나뭇가지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흔들릴 때도 그 아이들은
잘 견뎌내고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그 아이들은 길고양이.
날씨가 화창하고 따뜻할 때는 자주 보이다가 겨울이 되면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는 것 같다.
내가 찾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아이들이 꽁꽁 숨어버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행복한 길 고양이'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잔뜩 담고 있는 책이다.
그동안 내가 보아왔던 길고양이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나와 마주쳤던 고양이들은 엄청난
속도로 후다닥 달리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쥐를 사냥하는 것도 목격했다.
내 현실 근처에 살고있는 그 아이들은 언제나 역동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갖가지 이야기를 가진 고양이들이 살아가고 있는구나
싶었다.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었고, 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슬픈 사연도 있었다.
길거리에서 잠깐 마주치던 그 아이들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가지고 있겠지, 이런 저런 일들을
겪어내고 있는 것이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고양이들의 모습과 이야기는 마음을
끌었다. 그리고 책 속에 숨어있는 고양이에 대한 상식을 찾아내는 것도 즐거웠다.
고양이와 친하게 지내려면 먹이를 줘야 하는구나, 고양이는 표현이 서툰 동물이구나,
도시는 길고양이들에게는 거대한 사막이구나...이런 것들을 알아갔다.
그러면서 길고양이들에 대해 살며시 관심이 가기 시작한 것 같다. 다음에 만나면 좀 더
애정어린 시선을 보낼 수 있을지도.
그리고 그 예상은 실현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공원에 잠시 나갔다가 고양이를 만났다.
예전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잠시동안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안녕'하고 인사를
건냈다. 별 반응은 없더라. 들고 있던 가방에 고양이가 좋아할만한 게 있었으면 조금 친해질
수 있었을텐데... 가방에 있던 건 생수 한 병. 마땅히 물을 부을 만한 그릇도 없기도 했고,
그다지 목이 말라 보이지도 않았다. 그 녀석은 늠름하게 벤치에 앉아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문득 고개를 들어 고양이를 찾아보니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잠시 잠깐의 만남, 예전같았으면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았을텐데.
이 책에서 고양이 사진을 잔뜩 보고나서는 고양이를 기억하는 법을 약간은 알게 된 것 같다.
공원에서 만났던 그 고양이 다음에 다시 만나면 알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 이후부터는 고양이를 자주 만난다. 공원에서, 골목길이나 문득 바라본 담장 위에서 고양이를
발견한다. '행복한 길고양이'를 읽고나서 고양이들 이전보다 확실히 자주 마주친다. 왜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