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정원 - 어느 미술사가의 그림 에세이
정석범 지음 / 루비박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어느 미술사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그림 에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 시절의 몇 년 간의 추억에서 그림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유년 시절의 인상깊었던 사건을 소개하면서 그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그림을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어쩐지 조금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추억과 그림 사이에 존재해야 할 무언가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몇 번인가 받으면서 어쩌면 이 책은 나에게 맞지 않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을 바탕으로 이 책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는 읽는 것도, 듣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책을 펼치면서부터 기대했던 형태의 책이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기억은 각색되고 부풀려지는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유명한 인물의 자서전을 읽으면서도 시종일관 시니컬한 자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던지라 이 책에 대해서도 그다지 고운 시선으로 읽어내린 게 아니었다. 넘치는 자기애를 자서전을 통해서 읽어낼 수 밖에 없는 것은 솔직히 괴로운 일이기에 그와 비슷한 맥락이나 흐름이 발견되면 흠칫 놀라서 거리부터 두게 된다. 누구나 자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진리를 부인하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과거의 자신에게 안쓰러움을 담아 애정 가득한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글을 읽고 있노라면 민망해지고 난감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친분도 없고, 한번도 만나보지도 못한 타인의 현실이었던 과거가 궁금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그게 주가 되어 버린다면 어쩐다 싶어진다. 계속 읽어야 할까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자서전을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자서전을 큰 마음 먹고 읽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끝페이지까지 다 읽어본 적은 별로 없었다. 모든 인간은 나르시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구나를 새삼스럽게 깨닫고 싶지 않았으니까. 자서전에서 좋아하지 않는 파트를 굳이 꼽으라면 유년 시절을 그리고 있는 부분이다. 어린 시절의 몇 가지 아련한 기억에 엄청난 살을 붙여서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느낌이 너무나 강하니까. 어른이 된 자신이 어린 시절의 자신을 합리화하는 것만 같아서, 어린 자신을 어른스럽게 포장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거부감이 든다.그런 이유로 자서전이나 자서전의 성격을 일부 포함하고 있는 책을 읽고있노라면, 특히 유년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부분을 읽노라면 아연해진다.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선입견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이미 가지고 있기에, 그 책의 장점을 찾아내기가 힘들어진다. 장점을 위축되고, 단점만이 부풀려진다. 그러면서 책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솔직히 그런 선입견이 일견 작용했다는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공정하게 이 책을 평가할 수 없었다. 개인적인 추억과 그림의 매치가 비약적으로 느껴지는 면이 없잖아 있었고, 그러면서 이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건지, 이 그림에 딱 어울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었고, 그것을 기대했었기에 약간 실망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감상의 대부분이 선입견에 기초하고 있기에, 이 책을 별로였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나와 조금 맞지 않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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