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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격 - 뇌를 충동질하는 최저가격의 불편한 진실
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할인' , 'discount', 'sale', '쿠폰', '무료배송'
이들 단어를 보고도 단호하게 지나칠 수 있는까? 그렇다면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매번 저 단어들에 흔들리고, 마음이 움직이고, 마침내 지갑을 열게되는 과정을 정말이지 착실하게 밟고 있는 나로서는
저 단어들이 반갑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꼭 필요했던 것도 아니었고, 마음에 쏙 들어 위시 리스트에 담아 둔 것도 아니었다.
다만 할인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이 아니면 저 가격에 이런 물건을 그 어디에서라도 구입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과 초조함에 구매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던 것도 아닌데, 물건을 구입하는 그 순간 지극히 만족스러웠던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변을 이 책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왜 할인의 유혹에서 빠져나오는 게 그토록 어려운 것인지,
그 할인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를 '완벽한 가격'을 읽으며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빈정이 상하기도 했다. 나 정말 바보 소비자였구나 싶어서.
이 책에 실려있는 할인에 대응하는 소비자 패턴이 너무나도 익숙해서, 이 책이 우리나라 작가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면
저 소비자 표본 집단 안에 내가 있을게 분명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평소에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자행했던 그 소비패턴을
막상 인쇄되어 있는 활자로 확인하는데 '아, 놀아나고 있었구나', '소비자는 결코 이길 수 없어. 도박자가 카지노를 이길 수 없듯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소비 행태가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바보 소비자였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결단코, 할인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할 수가 없어서 슬퍼졌다.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할인과 쿠폰 그리고 무료배송 외 기타등등 이벤트에 홀랑 넘어갔으니까.
지금도 이러한데 '완벽한 가격'의 내용마저 희미해질만큼 시간이 흐른다면 그때의 내가 완벽한 바보 소비자가 되어 있을지도...
하지만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하하 호호 기뻐하며 할인의 미끼를 덥썹 물어버리는 일만큼은 앞으로 없을테니까
그것만으로 만족하려 한다. 지금부터 할인이라는 코앞의 이득을 생선을 고를 때만큼이나 깐깐한 눈길로 뜯어 볼 참이다.
이 녀석에게 놀아나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할인의 누적이 앞으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게 되지는 않을지 꼼꼼하게 따져 볼 참이다.
최소한 이 책을 읽기전보다는 덜 바보스러운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