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시티 민음사 모던 클래식 17
레나 안데르손 지음, 홍재웅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모던 클래식 시리즈는 책표지가 마음에 쏙 들어서, 단지 그 이유만으로도 책을 모으고  

싶게 만든다. 게다가 1980년 이후 발표된 작품들 중에서 '미래의 고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작품들을 엄선한다는 '모던 클래식'의 출간 취지를 염두에 두었을 때 한 권씩 모아도  

후회는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그 구매의욕을 부채질하고 있는 시리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몇 권이나 모으게 될까? 책이 지칠까, 내가 먼저 지칠까...출간 속도가 지름의 속도를 이길  

수 있을 것인가...그것이 대략 알고 싶어진다.  

덕 시티는 그런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 중 17번째 책이다.

미래의 고전으로 자리잡을만큼 충분히 불편하고 까탈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덕시티는 체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제 공격의 대상은 체지방으로 둔갑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공격대상을 찾아내고 바꿔치기를 여러번, 이제는 비만이 그 대상이 되었다.

에이햅이란 작전 아래에 아침이면 에이햄 군인이 가가호호 방문해서 허리둘레를 재고  

체지방을 측정한다. 그리고 여러번의 경고를 받고나서도 개선의 여지가 없어진다면 자유를  

발탈당하게 된다. 수용소를 끌려가서 되는데, 이 책에서는 끌려가는 이들은 등장했지만  

돌아오는 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비만이 죄악시 되는 세상, 하지만 한편으로 대량생산되는 달콤한 도넛류들이 권장되는 세상.  

모순과 아이러닉함이 가득한 이런 덕 시티에서 제정신으로 버티는 건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조금씩 미쳐간다. 이성과 정신적 균형의 브레이크를 잃어버린  

그들이 도달하는 최후의 지점은 허망함만이 가득 채우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덕 시티의 행태는 그 장소와 모습을 달리하며 계속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마치 현실의 어느 한 부분만을 극단적으로 확대하고 조명한 책이라는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중간은 없고, 극과 극을 향해 달리는 덕 시티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그 익숙함때문인지 덕시티의 불안과 어둠이 페이지 밖으로 스멀스멀 빠져나오는 것만 같다.

그리고 부조리함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묵직한 무게감으로 다가와서 재빨리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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