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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 감각의 독서가 정혜윤의 황홀한 고전 읽기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0년 3월
품절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은 고전 탐독 에세이집이다.
제목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세계가 두 번 진행된다는 건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궁금했었고,
이번에는 또 어떤 책에 대해서 그녀만의 기억과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기대되었던 것도 같다.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 꼭 이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았고,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이 책에 등장하는 고전들은 물론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 고전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위대한 개츠비, 카프카의 변신, 폭풍의 언덕,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골짜기의 백합 , 마담 보바리,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984,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설국, 순수의 시대, 주홍 글자,
거미여인의 키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위대한 유산
이 책들 말이다. 그 이름이 너무나도 유명하다. 하나같이 낯설지 않아서 신기할 뿐이다.
그렇게 잘 알고 있기에 때때로 이미 읽었다는 착각을 들게 만들기도 하는 이 책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렸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두드림은 한 권의 책이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이 이제는 우리의 새벽을 두드리려고 한다.
망설일 필요는 없다. 그저 페이지 한장만 넘기면 된다.
그러면 열다섯권의 책, 그리고 열다섯개의 책에 대한 매력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그 책들에 얽힌 그의 기억과 생각을 읽다보면,
내가 이 책들을 읽었을 때를 떠올려보고 싶어진다. 그런데 이 책에서처럼 멋지고 감성적으로 그려지지
않아 조금 서운해지기도 한다. 도대체 같은 책을 읽었는데 이렇게 다를 수 있냐며 말이다.
책의 뒷편에는 이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읽어온 책의 목록이 실려있다.
4~5권의 책을 함께 읽고나서야 고전 한편에 대한 글이 쓰여진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 목록은 같이 읽으면 더 좋은 책을 소개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함께 읽으면 그에 대한 감상이 확장되고 섬세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 책들도 읽으리라 마음 먹게 된다.
단 카프카의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는 제외하고.
언젠가 카프카가 연인에게 보낸 편지글을 모아놓은 책을 읽었는데, 무척 섬세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가 만약 다른 누군가가 그 글을 읽는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당황했을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카프카에게 조금 미안해졌고 그 후로는 편지글을 모아둔 것을 읽지 않고 있다.
새벽에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다.
그 시간에 책을 읽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풍부한 감수성으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온밤을 꼬박 새울정도로 매료되어 그 책에 몰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읽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렇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기를 이미 지나왔었다는 걸 부인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희미하게나마 그때의 기억을 되살릴 수는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척하다보면 정말 그렇게 될지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