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이, 몽텐
니콜라 바니어 지음, 유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한 가족이 알래스카 접경 지역에서 1년간 생활한다.

인적이 드물다는 차원을 넘어선,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그 가족은 살아간다.

사람이 없다는 건 사람을 위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풍경만큼은 기가 막힌 것 같다. 그 풍경에 대한 감탄을 멈칫하게하는 그 어떤 것도 없으니까.

이를테면 전신주, 전선, 아스팔트 같은 것들. 물론 도시에서는 또 다른 모습과 의미로 다가온다.

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잘 알고있고 고마워한다.

다만 자연 속에서만큼은 그다지 크게 예뻐보이지 않고 어색하고 불편해보이는 그들. 

이들이 향한 그곳에는 자연 속에서 어색하거나 불편해 보이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다만 원래 있었던 것들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거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것들이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곳의 풍경은 웅장하고,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게 아닐까.

나콜라 바니어가 한 풍경에 대한 묘사로 그 아름다움을 상상하고 짐작한 것만으로도

그 풍경에 매료되어 갔다. 하지만 니콜라 바니어 그 자신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설명이었을 것이다.

그가 본 풍경을 정확하고 매끄럽게 글로 옮기기에는 분명히 단어가 많이 부족하지 않았을까.

자신 앞에 펼쳐진 자연을 최대한 세밀하게 말로 옮기려는 그 과정에서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럴때 감탄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눈의 아이, 몽텐'에서는 자연에 대한 경탄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멋지다'라는 그 한마디에 어떤 내용이 숨어있을지 궁금해할 수 밖에 없다.

참, 일년에 걸친 거칠고 험한 여정에 오른 이 가족은 평범하지 않다. 그 가족의 구성원 중에 십팔 개월 된 딸 '몽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여러군데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건데,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들은 모양이다.

분명 혀를 끌끌 차는 사람도 있었을테고, 제정신으로 할 짓이냐는 취급을 받기도 하지 않았을까.

말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 차라리 아기에 가깝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영하 사십 도의 취위가 예상되는

곳으로 향한다. 말을 타고 이동하고, 강은 건너고, 곰에게 위협을 당하고, 통나무 집을 짓고, 개가 끄는 썰매를 타고

영하 사십 도의 추위를 가르며 달린다. 그런 일들을 모두 어린 딸 몽텐이 함께했다.

아내 디안도 대단하다. 그 험난한 길을 떠나는 것을 동의하다니. 철딱서니 없다며, 너나 떠나라도 해도 납득할만한데

그녀는 그 여행의 훌륭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다해낸다. 그 침착함과 용기에 감탄한다.

그가 가끔 고단해보였다. 자신과 가족을 책임지고 지켜야했고, 예상치 못한 일과 마주쳤을 때

결단을 내리고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도 그였다. 책에는 그런 말이 별로 없었지만, 후회도 꽤 많이 하지 않았을까.

특히나 가족에게 위험한 상황이 찾아오고, 그 위기를 간신히 넘겼을 때 말이다.

아이가 좀 더 자란 후에 찾아올 걸, 혼자 오는 게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험난한 일들만 이 책을 점령하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들을 말끔하게 기억에서 지우고 그 여행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멋지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었다. 그 가족들은 그곳에 빠르게 적응했고, 그곳에서 즐겁고 밝게 생활할 수 잇었다.

몽텐은 그곳에서 말을 배웠고,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냈고, 개와 함께 뛰어놀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자라는 그 순간을 그들은 놓치지 않을 수 있었기에 몽텐과 함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갑작스레 곰을 만났을 때와 같은 야생에서의 위기대처법을 간간히 알려주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써먹을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하지만 알아둬서 나쁠 건 없지 않을까.

이 책이 출판된 건 1995년이다. 강산이 한번 변하고, 반 정도 더 변할 시간.

그 가족도, 그들이 거쳐간 그곳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한 그 순간의 그곳은 이 책에서 영원히 존재하게 되는 게 아닐까.

기록한다는 것은 어쩌면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봉인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알래스카에 가보고 싶었던 게 언제부터였을까. 알래스카에서 오로라가 보고 싶었던 그 때부터였지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만나는 알래스카는 어떤 모습일지 몹시 궁금해졌다. 그만큼 그들의 알래스카는 아름다웠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