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디자인
하라 켄야 지음, 민병걸 옮김 / 안그라픽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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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켄야의 디자인은 그야말로 멋지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 낸거지?

그가 만들어 낸 건 기발하다. 하지만 그 기발함은 이 세상에 없는 것에 근원을 두지 않았다.

다만 모두가 놓친 걸 찾아낸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간주한

그 어떤 것을 찾아내서 모두를 놀라게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닐까.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최고급 밀가루, 신선한 버터, 유기농 계란 같은 최고의 재료로 평범한 빵을 만드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입자 거친 밀가루,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버터, 그냥 계란을 가지고 ( 미화했다. 곰팡이 핀 밀가루와 썩은 계란이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가볍게 넘겨 들었다. 최상급의 재료로 멋진 빵을 만드는 사람도 있지 않겠느냐며,

사용해서는 안되는 재료로 맛있는 빵을 만드는 사람도 극소수일거라고.

그런데 하라 켄지의 디자인을 보며 그 이야기가 떠올랐었다. 그리고 그는 두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쁜 재료나 상황을 가지고 있다는게 아니라, 그런 애매하거나 평범한 상황에서도 멋진 걸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전자의 상황에서는 당연히 훌륭한 디자인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만일 후자의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멋진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오래 전에 들었던 그 일화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을까.

상황을 탓하지 말고, 주체를 갈고 닦아라. 좋지 않은 순간에서 최고의 것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겁날 게 없는 법이다...

아무튼 하라 켄야의 디자인을 보며 그 이야기의 해석을 나름대로 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하라 켄야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충분하다라는 느낌을 주는 디자인이었다.

부족해서 더하고 싶은 부분도, 과해서 덜어내고 싶은 부분도 없는 그것만으로 이젠 됐다싶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실용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실용을 방해하지 않는 디자인.

그래서 그의 디자인이 좋았고, 이번에 그의 책을 읽게 된 것은 그의 디자인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백'을 다루고 있다. 색채 '백'에서 그가 얼마만큼 영향을 받았는지 이 책을 읽으며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백은 그의 디자인만큼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설명되어 있었다.

적절한 여백과 페이지 공간을 활용한 사진 자료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하얀 색이 모두 같은 색이 아니라고 책에서 말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이 책을 다시 봤던 것 같다.

'백'은 책 자체가 하얀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상적인 페이지를 표시하기 위해 포스트잇을 붙이는데,

이 책만큼은 하얀 색 포스트잇을 사용해야만 할 것 같다는 압력을 받을만큼 오로지 하얀색 종이와 검은 색 활자만이 전부다.

그런데 그 하얀색들이 전부 다르다. 색과 질감이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만으로 얼마만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지

직접 책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파트를 읽으며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세심함에 감탄했다.

'백'을 읽고나서 바로 '디자인의 디자인'을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다. 다음에는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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