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시체들의 연애
어맨더 필리파치 지음, 이주연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살아있는 시체들의 연애?

'살아있는 시체라...그럼 좀비? 좀비 연애물이 드디어 등장한 것인가?'라는 공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땡! 이 책을 펼치면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의 특징은 좀비보다 더 개성적이고 독특하고 어이없다.

린 갤러허는 갤러리 대표다. 사회적인 지위와 능력, 미모, 재력을 두루 갖춘 그녀는 자신에게 한가지 결여된 게 있다는 걸 깨닫는다.

욕망이 사라졌음을, 더 이상은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는다는 사실과 직면한다. 

그런 그녀에게는 스토커가 있다. 그녀는 어느 날 그 스토커의 얼굴을 보고 생각한다. 자신보다 생기있어 보인다고.

그리고 욕망을 찾기 위한 처방으로 스토킹을 시도하기로 결심한다. 결심한지 반 시간만에 스토킹 대상은 베이커리에서 발견한다.

린에게 그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스토커는 회계사 앨런이다. 잘 생기지도 키가 크지도 날씬하지도 않지만

매력적인 금발과 푸른 눈의 소유자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지치지 않고 린의 뒤를 쫓는다.  

린에게 쫓기는 남자는 롤랑이다. 프랑스 출신, 잘 생기고 매너 좋은 남자다. 하지만 외모가 완벽하다고 모든 게 용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 남자를 통해 조만간 알 수 있다. 이 남자 독특한 걸 넘어서서 괴팍하다.

이들은 사슬모양을 그리면서 스토킹을 하고, 당하고 있다. 그런데 린의 스토킹은 욕망을 되찾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스토킹 행위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물론 스토킹 대상인 롤랑에게도 큰 관심이 없다.

일은 여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욕망을 찾기 위한 처방인만큼 그녀가 꾸역꾸역 스토킹을 감행하면서 어이없는 사건들이 일어난다.

자신의 스토커 앨런의 스토킹에서 힌트를 얻다못해 앨런의 스토킹을 모방하고 표절하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앨런의 카드를 옮겨적다가, 그마저 귀찮아지자 수정테이프로 서명만 지우고 롤랑에게 앨런에게서 받은 카드를 보낸다.

앨런이 보낸 선물은 그대로 롤랑에게 전해진다. 그러다 어떤 사건으로 그들이 삼각 스토킹 관계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러면서 이들 세 사람은 말도 안되는 그들만의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어이가 없을만큼 한심한 모양으로 얽히는 그들의 모습은 연달아 웃음을 자아낸다. 앨런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으로 박복한 인간상의 전형을 충실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롤랑은 재수없는 남자만의 성격적 특성을 세밀하게 그려내기 위한 장치여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듯이 초지일관 비열하게 행동한다. 린은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저러는지 모르겠다싶다. 그들의 애정이 향하고 있는 방향과 이유는 너무나 왜곡되어 있어서 어이없고 다소 엉뚱한 전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데, 그 이야기의 진행에서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상당히 기발하면서 재치있다. 조금 많이 독특한 그들만의 스토킹 스토리의 종착역은 어디일지.

가끔 두가지 결말을 준비해두고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다. '나비효과', '숨바꼭질', '28일후', '1408' 등등

이 소설 속에서 잠시 언급하고 있는 '그랑 블루'도 감독판의 결말이 다른 것 같았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연애'에서 '그랑 블루'를 언급한 목적을 이 책의 끝부분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소설은 두가지 결말을 취하고 있다.

심장이 약한 사람들을 위한 해피엔딩 버전과 작가의 주의문구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버전의 결말을.

이 소설의 전체적인 매략상 어울리는 건 역시 두번째 버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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