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글.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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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 제목에 '완벽한'이란 수식어를 보고 짐작 했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제목이나 그 내용에서 '완벽한'이란 단어를 발견한다면 슬쩍 긴장한다.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작가의 완벽한 손길아래에서 완벽하게 꼬인 하루를 처절하게 살아갔는 게 대부분이니까. 

전쟁터도 아닌데 그들은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다. 하지만 투명한 피라서 아무도 볼 수 없다.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그래서 그들의 하루는 더 비극적이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어긋나고 깨져버린 그들이 하루에서만 완벽함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녀의 완벽한 하루'에서도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완벽한'이란 수식어를 만나면 조심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아홉편의 단편만화가 실려있다. 그 만화들은 시인들의 시를 기반삼아 그려졌다고 한다.

언젠가 읽으며 '세상은 참 우울하고, 삶은 누구에게나 힘든 것인가보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시들이

이 책에 함께 실려있어서 놀라웠다. 이 시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걸 보고 등장인물들의 해피엔딩은 애사당초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들의 삶은 닮아있었다. 다른 직업, 다른 상황이지만 그들은 분명히 닮았다. 특히나 표정이.

그들에게는 표정이 없다. 생활이 그들에게 표정을 없애버렸는지, 그들의 표정이 생활을 그렇게 만들어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건조하기 짝이 없는 공기속으로 표정이 증발해버린 것만같은 얼굴로 움직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짠하다.

그리고 어쩐지 그들은 계속 표정없이 살아갈 것만 같아서 우울해진다. 그들의 사전에 희망이란 단어는 존재하는 것일까.

시와 만화의 적절한 만남은 좋았지만, 이 책을 읽고있자면 한겨울 장마가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한겨울의 장마, 하루 종일 추적추적 비가 오는데 춥다. 길은 30센티 두께로 얼어붙고, 비는 눈이 됐다 우박이 됐다한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기상현상이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런 계절 속에 던져진 것보다 훨씬

척박하고 짜증스러운 삶을 배당받고 있다. 그들이 무표정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서글프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는 아니다. 오히려 무거운 추를 덜컹덜컹 던져주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그들이 부활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건 바보같은 짓이니까. 도망치라고, 뒤집어엎으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그 다음은...그 다음에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그럴만큼 개운치 않은 씁쓸함을 남기는 책이었다.

오싹한 공포영화를 본 날 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를 한 편 더 본다.

이 책을 보고나서도 그랬다. 그날 밤 명랑만화를 한 권 읽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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