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이 진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5
미야모토 테루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파랑이 진다'의 작가 미야모토 테루는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관록있는 작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은 1982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그 전에 몇해에 걸쳐 잡지에 연재되었고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그 시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으니까. 강산이 세번은 바뀌었을 시간인데도...

이 작가가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청춘이란 본래 그런 모습을 보이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미야모토 테루는 청춘에 대해 일관성있는 자세로 관조하고 있다는 느낌을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받았던 것 같다.

그가 그리고 있는 청춘은 기쁘고 즐겁고 활기차기만 하지는 않다.

오히려 무언가를 상실할 것만같아 위태롭고, 방향감각은 무디기만 하고, 어딘가 유약한 면이 없지 않은

그렇지만 청춘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빛날 수 있는 그런 청춘들을 그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파랑이 진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청춘의 나약함에 설글퍼진다.

한 때 잠깐 찬란하게 빛나기에 아름다운 것인데, 청춘의 막바지를 빠져나온 순간에 그걸 깨닫게 되는데에서

비롯된 안타까움에 미세한 떨림이 있는 우울이 전달된다.   

료헤이는 재수에 실패했다. 그리고 신생대학 입학 접수처 앞에서 고민하고 있다. 마침맞게 비도 오고있다.

이 학교에 다녀야 할지 말지도 결정하지 못한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빨간 애나멜 레인코트를 입은 그녀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 학교 입학 절차를 밟는다. 거의 반사적으로.

입학식날 학교에서 테니스부원을 모집중인 거구의 가네코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테니스부에 가입하게 된다. 

그리고 료헤이의 4년간의 대학생활이 시작된다. 그녀와 테니스를 빼버린다면 그의 대학생활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걸핏하면 테니스부를 그만두겠다고 툴툴대던 료헤이는 가네코와 함께 한달에 걸쳐 테니스코트를 만든다.

학장실에만 따라가주고, 테니스 코트 만드는 것만 끝내면 테니스부따위는 때려칠거라고 버릇처럼 다짐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는 테니스에 매료되어 있었다. 수업을 빼먹고 테니스를 치는 나날의 연속이다.

테니스 코트가 생기기도 했지만, 가네코의 정보력과 끈기있는 설득으로 부원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한다.

고교시절 테니스스타이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테니스를 그만둔 안자이, 

처음에는 밉상이다 싶었지만 나름 괜찮은 녀석인 구다니,

테니스부원들이 그녀를 향해 밀어낸 계산서에 한차례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던 유코

(료헤이가 첫월급을 타면 꼭 갚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질 것 같진 않다)를 영입하면서

테니스부는 그 시작에서는 예상할수도 없을만큼 탄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빨간 레인코트의 그녀, 나쓰코를 일관성있게 좋아하는 료헤이,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그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수줍어한다거나 내성적인 성격이 전혀 아닌데도 말이다.

서른살이 되면 굉장히 괜찮은 남자가 될 것 같다는 나쓰코의 말을 기억하기 때문일까.

그런 남자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시간과 나쓰코는 결코 료헤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청춘이 그랬던것과 마찬가지로.

'파랑이 진다'는 상실투성이였다. 청춘이란 좋은 시절이라고 하는데, 료헤이들의 청춘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계절이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엄청난게 우울하거나 그랬다는 건 아니고...

하지만 보통 청춘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발랄함과 교만같은 건 쏙 빠져있다.

그러다보니 청춘의 위태로움과 불안같은 게 부각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청춘은 그리워하거나,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일수 밖에 없는 것일까.

청춘은 어째서 충실하게 보내는 것과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지, 후회를 동반한 실수가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인지

정확한 정답을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대충은 알 것 같다라고 생각하며 이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파랑이 지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낸 이 소설을 읽고나면 난 무엇을 상실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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