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홍콩
신서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홍콩이라고 하면 슬픈 기억이 있다. 홍콩에서 어떤 일이 있었서 그랬던 건 절대 아니다.

그때는 홍콩에 가지도 못했으니까. 여행을 준비하다가 잠정적 계획 중단 상태에 빠졌다고 해야할까.

2~3년 전에 중국펀드가 한참 유행하던 때였다. 여행자금으로 그 유행에 편승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마치 가파른 산비탈을 내려오는 듯한 지수급하강을 그리더니

신문에서는 잊을만하면 반토막 운운하던 기사가 났었다.

그런 소식을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들을때면 뭉크의 '절규' 속의 인물을 떠올렸다. 그 심정 알 것 같다면서...

내 발등 내가 찍었기에 누굴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홍콩쪽을 바라보며 막연히 아쉬움을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을 뿐.

뭐, 그랬다는 말이다. 그래도 그 때 큰 교훈을 얻었다.

유행에 편승하지 말 것, 펀드 수익율은 10% 정도만 기대해야 한다는 것, 여행자금으로 모험하지 말 것!

홍콩은 못 갔지만, 그래도 가게 되는 날이 조만간 오지 않을까. 그렇게 멀지도 않으니까.

마음 먹으면 당장도 갈 수 있을텐데, 지금은 겨울이고 추우니까 이래저래 의욕이 나지 않는다.

겨울이 되서 얼음이 얼고,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의욕도 함께 얼어붙는다. 봄이 다가와서 '땡!' 할때까지.

그래서 겨울용 여행으로는 여행책만큼 좋은 게 없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I Love Hong Kong'이다. 아이 러브 시리즈 제 3탄, 두둥~!

따뜻한 방안에서 이리저리 뒹굴거리면서 사진 속 거리를 구경한다.

이런저런 잔고민거리도 없고, 짐도 없고, 사야할 것도 없고, 갑자기 사고 싶은 게 생겨서 예산계산을 하게 되는 일도 없고...

어쨌든 마음 편하게 홍콩의 거리를 페이지로나마 누빈다. 발도 안 아프고 꽤 괜찮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 당장 홍콩행 비행기를 예약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글을 읽으며,

지금은 겨울이니까 그런 일은 절대 없을거야라며 지나친 자신을 했지만

'홍콩의 맛에 취하다' 편을 읽으며 마음이 약해져버린다. 추워도 홍콩에 가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딤섬도 먹고 싶고, 국수도 먹고 싶고, 차와 홍차도 사오고 싶어서 마음이 둥실둥실 들뜬다.

이 책에는 홍콩의 맛집, 명소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그걸 보고 있자면 그냥 휭~하고 날아가고 싶어진다.

간단한 여행지 상식을 모아놓은 페이지도 재미나게 읽었다.

한자 메뉴 읽는 방법과 최소한의 식탁 매너도 알려주고 있다. 누군가 차를 따라줄 때 탁자를 톡톡 치는 것도 한번 해보고 싶어진다.

비단 음식뿐만이 아니라 홍콩의 이모저모를 한페이지 정도로 짤막하게 군데군데 정리해두고 있어서

홍콩에 대해 좀 더 세세하게 알려주고 있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홍콩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마구마구 부채질 하는 책이었다. 안 그래도 충분히 가고 싶은데...

이 책 읽으면서 인터넷 서점에서 홍콩 여행서를 검색해봤다. 주말에 잠깐 다녀오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아쉬우려나?

아...여행책은 읽을 때는 좋은데, 읽고나서가 문제다. 마음이 책을 읽기전보다 더 복잡해졌다.

꿈이나 계획을 이루려면 구체화시키라고 하지 않던가. 여행책은 여행을 구체화시켜버렸다. 그래서 고민된다. 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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