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떠나가면
레이 클룬 지음, 공경희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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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사랑이 떠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고 해야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댄과 카르멘이 있다. 그들은 부부다. 안정되고 평온한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

단란한 가족, 성공적인 사업 그리고 여유로운 생활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카르멘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그리고 그녀의 투병생활이 시작된다.

그들은 우는 날이 많아졌다. 댄은 카르멘을 돌본다. 상황은 그다지 그들에게 호의적이지 않게 흘러간다.

여기에서 그친다면 이 책은 체루성 소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하게 지고지순한 사랑만을 그리고 있지 않다. 그 점에서 다르다.

우선 남편 댄이 고독공포증이다. 그는 결혼 전에도 바람을 피워왔었다. 그러다 카르멘에게 덜미를 잡히기도 한다.

결혼 후에도 그의 바람을 진행중이었다. 바람 피우는 상대에는 카르멘이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고, 친구의 동생도 있다. 

그랬던 댄이 카르멘이 아프다고 순식간에 달라질 리가 없다. 달라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는 바람을 피운다. 여행지나 클럽에서의 하룻밤 인연도 있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애인도 생긴다.

일주일에 세번은 아침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 변명거리를 만들어내고 애인과 끊임없이 문자질을 한다.

댄은 아내를 걱정하고 돌보는 한편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걸 숨기지 않는다.

어느 순간 아내에 대한 의무인지 사랑인지 헷갈려하고, 금요일에 클럽에 가고 싶어하고, 계획했던 여행을 감행한다.

이것만 보면 댄에게 돌을 던져야 할 것 같지만, 막상 책에서 만난 그는 비난만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댄 역시 사람이였으니까.

그는 카르멘을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치료를 돕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다.

병원에 동행하고, 집안일도 한다. 딸아이를 돌본다. 카르멘을 위로하고 껴안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카르멘이 힘들어하는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이 있다는 걸 알고 병원에 항의하고 의사에게 화를 내 주는 것도 그다.

하지만 그 역시 카르멘에게 일어난 일에게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달라진 일상은 그에게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분명히 그도 무서웠을 것이다. 부정하고 싶은 상황들 때문에 겁을 잔뜩 먹었을 것이다.

아내를 따스하게 돌봐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도망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에게는 고독공포증이라는 도피처가 있다. 그리고 그는 그 도피처를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댄이 더 이상 카르멘을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책의 곳곳에서 느껴진다.

카르멘이 가입하게 되는 모임이 있다. 그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그리고 그 회원들의 남편 이야기가 나온다. 이혼을 하기도 하고, 남편이 치료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실은 영화나 소설만큼 아름답지 않다. 사람은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들만큼 다정하지 않다.

댄보다 훨씬 무정한 사람이 현실에는 얼마만큼 존재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 날 서고 빈틈없는 공격과 비난을 댄에게 쏟아붓는 걸 잠시 멈추게 된다. 

아내 몰래-댄은 카르멘에 모르고 있다고 믿고 있다- 바람을 피우고, 클럽에 가서 춤을 추고,

아내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고, 여행을 떠나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집으로 돌아간다. 떠나고 싶어하지만 떠나지 못한다. 떠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카르멘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그후부터 댄은 카르멘을 영화에서처럼 보살핀다.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실재의 그들은 댄과 카르멘과 얼마만큼 닮아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설 속에 나오는 카르멘이라는 여성이 강단있고 괜찮은 인물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더 이상 다할 최선이 없어졌을 때를 준비한다.

딸을 위해 일기를 쓰고, 철없고 아이같은 면이 있는 댄을 잡아주기도 한다.

끝까지 유머와 웃음을 잊지도 잃지도 않는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그러다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스스로 결정한다. 네덜란드 소설이라는 걸 떠올린다.

경험하지 못했다면 저렇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그래서인지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그들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슬퍼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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