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책이다. 표지에 있는 나비들이 각도에 따라 다른 색으로 반짝인다. 바다색을 닮은 푸른색 표지인가 했더니 책을 읽고나서 어쩌면 나비의 색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한문장으로 '나비들의 음모'를 정리하라면 위기의 벼랑 끝에 몰린 한 남자의 혼란스러운 표류기라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위기의 상황에서 지친 한 남자가 바다 위에서도 길을 잃게 된다. 천체물리학자인 로익에게 바다위로 배를 띄울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 다만 바닷가에서 작은 요트 '모르포 호'를 손질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우연히 만나게 된 소녀 클라라가 그녀의 사촌 동생인 솔과 함께 바다구경을 시켜달라고 조른다. 어찌하다 거절할 수 없게되어 그들은 나비에서 그 이름을 따온 모르포 호를 타고 바다 나들이를 간다. 그리고 즐겁고 평온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즈음에 발동기가 말썽을 부리더니 고장이 나버리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그들은 난감해진다. 구조요청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가고 어느덧 한적함만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 등대나 배의 흔적을 알리는 불빛을 마지막으로 본 지도 한참이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들은 바다를 둥둥 떠다니게 된다. 조난당한 것이다. 작은 배 안에 있는 세사람에게 불안이 엄습하게 된다. 바다에 표류하기 전에 있었던 사건으로 로익은 부분적으로 지워진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일들은 바다 위를 떠다니면서도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지워진 시간들은 그에게 매번 악몽을 선사하고, 잠꼬대를 들은 클라라는 가시를 세우고 경계한다. 그 이후부터 클라라와 로익은 끊임없이 충돌한다. 거기서 오는 마찰은 쨍하고 소리가 날만큼 날카롭다. 하지만 솔이 다른 세계에서 이 세계로 건너오면서 솔과 로익은 교류하고 소통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실존, 시간, 무한성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이 책의 작가 파트리스 라누아는 프랑스의 물리학자,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탐험가였다고 한다. 그들의 난민일지 속에 기록될 일상과 대화들은 분명 작가의 경험과 지식에 빚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모험은 진지한 자세로 궁리해야 하는 질문을 수시로 던져댄다. 또 책을 읽다보면 로익이 만난 클라라와 솔의 정체는 무엇일까 궁금해하게 된다. 그들은 로익이 해변에 마침에 다달았을 때 이미 그의 곁에 있지 않았다. 로익을 구조해준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에 대해 쉬운 답을 내놓는다. 그게 정답일까. 정말 그런 것일까. 아니면 로익이 보고 느꼈다고 믿는 것이 진실일까. '나비들의 음모'는 클라라와 솔의 정체를 미스테리로 남겨둔채 끝을 맺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쩐지 그 책이 생각난다. '파이 이야기'말이다. 클라라, 솔 그리고 호랑이...그들은 같은 행성에서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