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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인 화해
장폴 뒤부아 지음, 함유선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프랑스적인 삶'으로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페미나상'을 수상한 장폴 뒤부아의 소설이다.
주인공은 50대의 스크립트 닥터 폴 스테른이다.
그리고 그는 현실에서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현실로부터, 일상으로부터!
큰아버지의 죽음을 전후로 그의 일상은 평온과 결별하고 있었다.
형의 유산을 상속받고 아버지는 이미 더이상 그가 알던 그 모습이 아니다.
고양이와 쥐처럼 사이가 돈독하지 못했고, 오히려 나빴다. 비난하고 생채기를 내는 관계였지만
형의 재산을 고스란히 상속한 아버지는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비웃었던 형의 삶과 행동을 고스란히 닮아가고 있다.
폴 스테른의 아내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치료는 그다지 효과를 보이지 않았고 그녀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는 뒤죽박죽한 상황을 견딜 수 없어서 그 모든 혼란의 근거지인 툴루즈를 떠나기로 한다.
일이라는 멋진 변명거리를 움켜진 그는 비행기에 오르고 헐리우드로 향한다.
하지만 삶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교훈만을 되새기게 하는 또 다른 상황들이 그를 위해 준비되어 있을 뿐이다.
그 도피처도 사람들이 숨쉬고 살아가고 있는 장소이기에 떠나게 된 이유를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타지에서 그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살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떠나왔던 툴루즈에게도 시간을 줄 수 있다. 이성적인 화해를 준비할 수 있는.
심각하고 진지하고자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지만 위기감에 장악되어서 휘청거리지 않는 것은
장폴 뒤부아가 소설 전반에 걸쳐 흩어놓은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인물과 상황들의 자연스러운 조합에 기인하고 있는게 아닌가 한다.
프랑스에서 한국영화의 인지도가 높다고 하는데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스쳐지나가듯 한국영화에 대한 짧은 언급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비빔밥 이야기도 나온다.
조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소설 속에 간간히 한국에 대한 인상을 발견하고는 하는데 불편할 때가 가끔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저 문장의 한 부분으로 등장하는데다가, 오히려 약간의 호감도 느껴지는지라
장폴 뒤부아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기로 마음먹는 아주 감상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이 놀라웠다.
작가는 성실하게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다.
하루 8장을 방어한다. 그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그는 서재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글쓰기 방식을 옮긴이의 글에서 읽으면서 작가란 참 힘든거구나 다시 한번 생각한다.
성실한 작가의 새로운 소설 '이성적인 화해'로 일상의 위기에 대처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