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문학 - 어울림의 무늬, 혹은 어긋남의 흔적
김영민 지음 / 글항아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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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문학은 영화를 매개로 인문학의 가능성을 드러내고자 했던 실천의 움직임이다.

27편의 영화에 대한 통찰이 시간의 역순으로 펼쳐지는데, 그러고보니 모두 한국영화만으로 짜여있다.

페이지를 넘기면 만나게 되는 낯선 단어들이 책과의 거리를 슬금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는데,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346쪽의 한글용어집을 펼치면 단숨에 해결되는 문제다.

그리고 312쪽의 개념어집을 활용하면 그 거리감은 한껏 줄어든다.

27편 모두 유명한 영화인지라 본 영화도 꽤 있었고, 본 것 같은 영화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튀어나올만큼 낯선 영화들은 없다.

그래서인지 조금 딱딱했던 머리글을 읽으면서 꽤 높이 책정했던 책의 난이도가 무색할만큼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오히려 즐겁게 읽었던 것 같다.

이 영화들을 봤다고 생각했었는데, 과연 제대로 본 것인지도 되짚어가면서...

영화를 보면서 미처 발견해내지 못했던 부분들과

미심적고 찜찜하기는 한데 말로 표현하자니 문장력과 단어실력의 결여로

한참을 팔짱을 끼고 앉았있게 만들었던 부분들을

끄집어내서 글과 문장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는데서 이 책에 대한 감탄이 시작됐던 것 같다.

그 놀라움에서 세발자국 정도 뒤에 영화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빈약한 지식상태를

방치해둬서는 안되겠다는 자책감이 바로 뒤따랐다.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로 진입하기 전에 우선 감독소개글을 먼저 읽게 된다.

그 글을 통해 어느 순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어 궁금했던 감독의 근황도 알 수 있었고

그 영화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발자취라던지 스타일을 대략적으로 접할 수 있었다.

바로 그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영화를 통한 인문학적인 탐색의 기회를 마련하며

더불어 이 책을 읽는 사람이 인문학에 대한 미지근한 감정을 가졌다면 그것을 말끔하게 씻어낼만큼

매력적인 본문이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 이 책과 어긋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얕게 책을 읽고, 그보다 더 가볍게 영화를 보고 있지 않았나라는 되돌아보게 되었으니까.

글이 어렵다고 불평하는 독자들에게도 이후에도 가급적 어려운 글들을 골라서 보라는 조언에도

충분히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읽기 쉬운, 결코 마음을 괴롭히지 않는, 그렇기에 생각할 필요도 없는 글들만을

어이없을만큼 쉬운 방식으로 읽어온게 아닌가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렵지만 좋은 글도 꼭 챙겨읽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문학에 대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편견들을 이번 독서를 통해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그동안은 인문학에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결코 재미있지 않은'이라는 수식어를

경솔하고 나태하게 제멋대로 붙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수식어를 지우개로 싹싹 지워냈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방식과 매개를 통해서 인문학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또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읽어나가야 겠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의 무늬를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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